대전·충북서도 교사 숨져…"9·4 지났다고 교권보호 뒷전인가"

교권보호를 위한 입법 과정에서 여야가 의견차를 보이면서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 합의가 늦어지자 교육계에서 다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대전과 충북에서 또다시 교사 2명이 극단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단은 다시 비통한 분위기다.

삐걱대는 교권보호 법안 처리에 교육계 다시 비판 목소리
8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날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교권보호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여야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법안소위에 상정된 법안은 ▲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 교육기본법 ▲ 초·중등교육법 ▲ 유아교육법 등 이른바 '교권보호 4법'의 일부 개정안이다.

이들 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몰리지 않도록 조사·수사 절차를 정비하고, 학교장 판단에 따라 교권침해 학생에게 우선 출석정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당초 국회는 7일 법안소위, 14일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한 뒤 이달 21일 열릴 본회의에서 교권보호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교권침해 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작성하도록 한 교원지위법 개정안 등 일부 내용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교권침해 조치 학생부 기재의 경우 예방효과가 있고 학교폭력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세간의 우려를 감수하고서라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비해 야당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이후 학교폭력이 줄지 않았고, 학생부 기재를 막기 위한 '소송전'으로 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여야는 21일 본회의가 예정된 점을 고려해 다음 주 다시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삐걱대는 교권보호 법안 처리에 교육계 다시 비판 목소리
교직 사회에서는 정부가 9월 4일 연가·병가를 내고 서초구 초등교사 추모에 참여한 교원들을 징계하지 않기로 밝히면서 그간 폭발했던 분노가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이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교권보호 4법' 입법이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다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6개 교원 단체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와 여야가 관련 입법을 21일 국회 본회의까지 완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전날 열린) 국회 교육위 법안소위는 여야 간 이견으로 교육부가 공언했던 '아동학대 신고 시 교원의 직위해제 요건 강화' 등 교권보호 추가 입법에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며 "정부와 여야의 입법 의지가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권보호) 입법에 대한 교원들의 절박한 요구는 9월 2일 30만명이 참여한 집회와 9월 4일 '공교육 정상화의 날' 참여 물결로 확인됐다"며 "교원들은 다시 교육의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정부와 여야가 절박한 요구에 응답하지 않을 때 분노는 다시 폭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교육계와 경찰에 따르면 대전에서는 이달 5일 자택에서 다친 상태로 발견된 40대 교사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았지만 7일 숨졌다.

이 교사는 악성민원과 아동학대 고소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청주에서도 지난 달 병 휴직을 했던 교사가 7일 한 아파트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교육계는 이들 교사들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초등교사 A씨는 "9월 4일이 지나면서 교권보호 이슈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고, 정부와 국회도 입장이 바뀌어 (교권보호는) 뒷전인 느낌"이라며 "정부 대책이 실효성 있게 정착이 되지 않거나 입법이 제대로 안 돼 학교 현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면 그때는 (교사들이) 더 크게 분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