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인정 기준 완화 요구…"추가 입법 해야"
전세사기대책위 "특별법 100일, 실질적 도움 못받아"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9일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100일이 됐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법 시행 100일이 됐으나 피해자는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조차 어렵고 인정을 받아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뒤에도 우선매수권을 사용하지 못한 사례, 불법 건축물과 신탁주택 전세사기 피해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 등을 열거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불법 건축물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권모 씨는 "임대인에게 빌어도 보고 화도 내 보고 여러 방법을 찾아 봤지만 현행법 내에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작정을 하고 사기치는 사람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만기 때는 결국 내 책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근 1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수시로 최악의 상황이 떠오를 때면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져 극단적인 생각까지 든다"고 털어놨다.

이철빈 피해자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피해자 요건은 여전히 문턱이 너무 높다.

다수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와 임대인의 기망 의도는 피해자 개인이 입증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피해자 인정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피해자가 지원 대책을 위해 은행이나 법원, 세무서를 찾으면 기관마다 말이 다르고 세부 매뉴얼이 없다며 지원을 거부하는 사례도 속출한다"며 "특별법 내용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부서 간 칸막이 행정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개선해달라"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대책위 공동대표인 이강훈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과 사각지대를 면밀하게 검토해 추가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특별법에서 피해자를 먼저 구제한 뒤 비용을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 등을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대출 정책만으로는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