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강남 입성…재건축 투자보다 청약이 좋은 이유 [흥청망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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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코노미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을 옮긴 글입니다.
▶전형진 기자
내 집 마련엔 어떤 방법이 있나요? 1번, 부모님께 물려받는다. 2번, 결혼을 잘해서 처가나 시댁에서 물려받는다. 3번, 매매를 한다. 그런데 보통은 돈이 넉넉하지 않죠. 그래서 4번, 청약을 노려야 합니다. 오늘 내용 선요약 하자면 청약이 좋은 이유 첫 번째는 시간입니다. 약속한 시간 안에 집을 지어준다는 거죠. 두 번째는 돈이에요. 약속한 만큼의 돈만 받습니다. 그리고 이걸 긴 시간에 걸쳐서 받아요. 세 번째는 그래도 부동산에서 흔치 않은 공정한 경쟁이란 겁니다. 다 똑같은 룰에서 싸우니까요. 돈이 많다거나 얼굴이 잘생겼다고 당첨에 유리한 건 아니라는 거죠. 청약으로 나오는 아파트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우선 사또가 외곽지역 논밭을 긁어모아서 개발하는 신도시 아파트가 있어요. 놀부가 어디 빈땅을 사서 분양으로 파는 아파트도 있죠. 그런데 대도시엔 남는 땅이라는 게 거의 없으니까 토끼와 거북이가 살던 집코노미 마을을 재개발·재건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짓는 아파트는 원래 살던 동물들이 먼저 분양을 받습니다. 그리고 남는 집을 일반에 분양하는데 그때 흥부들이 청약합니다. 가격이 2냥 정도라고 해보죠. 가만히 봤더니 짐승들은 1.5냥만 내고 분양받았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원래 살던 집이 1냥이어서 나머지 0.5냥만 더 냈다는 겁니다. 이런 얘기 들으면 흥부 눈이 뒤집어지겠죠. 그래서 흥부도 청약을 때려치우고 재개발·재건축에 참여합니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나오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거라면 차라리 가격이 쌀 때 미리 들어갈래', '아예 낡은 집을 사서 조합원으로 이 사업에 참여할래'라는 생각으로 배에 오르는 순간 이제 대항해시대가 시작됩니다.
목적지 : 보물섬
도착 예정 일자 : 모름
왜냐면 선원들이 가고 싶은 항로가 다 달라요. 그리고 선장은 원래 그 동네 살던 거북이입니다. 주민 중 한 사람이 이 거대한 사업의 책임자라는 거예요. 우리는 보물섬에 접안할 수도 있지만 해적떼가 되거나 용궁에 갈 수도 있겠죠. 앞서 청약의 장점 1번이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에 직접 참여하는 건 이 항해가 5년 만에 끝날지,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청약은 보통 건물을 착공할 때 진행하기 때문에 준공되는 시점, 내가 이 집을 가질 수 있는 시점이 약속돼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아파트가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청약을 받는다는 건, 그 사업을 하기 위해서 출항했던 흥부와 동물 친구들이 산 채로 겨우겨우 섬에 도착해서 삽을 뜨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이기도 하죠.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던지 간에 우리에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무임승차해서 같은 단지에 살 수 있는 거죠. 청약의 장점 2번은 돈입니다. 그런데 처음에 흥부가 이 어려운 길을 택했던 이유가 있었죠. 청약으로 일반분양을 받으면 아파트가 2냥이고, 조합원이 돼서 분양을 받으면 1.5냥이니까요. 사실 조합원분양가는 1.5냥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이런 기사 많이 보셨죠. 집 지어주기로 한 건설사가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드러눕습니다. '처음에 우리가 계약할 땐 1푼이었지만 원자재값이 너무 올라서 2푼은 줘야되겠어', '싫으면 다른 사람 찾아보든가'라는 거죠. 하필 요즘은 다른 건설사를 구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다 싸운다거나, 아니면 누가 알박기를 한다거나, 재개발·재건축은 이렇게 다양한 풍랑을 만나면서 지연되고 그 시간은 결국 전부 돈으로 청구됩니다. 흥부는 분명 조합원이라서 1.5냥에 받기로 했었는데 이런저런 분담금이 계속 붙습니다. 여기에 지연된 시간까지 돈으로 환산해보면 오히려 일반분양이 더 저렴했을 수도 있겠죠. 그냥 일반분양, 그러니까 청약은 어떤가요. 입주자모집공고문에 2냥이라고 써있으면 그 가격은 딱 정해진 겁니다. 혹시 미분양이 날 때 여기서 깎아주면 깎아줬지 금액을 더 높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조합원 흥부는 돈을 더 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조합원인 흥부와 동물친구들은 이 사업을 책임지는 주체이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모자란 돈을 갹출해서 냈던 것입니다. 청약을 하는 사람들은 이 아파트라는 상품의 구매자일 뿐이죠. 돈을 더 내야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처음에 약속한 2냥을 긴 시간에 걸쳐서 낸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돈이 없으니까 돈을 벌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1000가구짜리 아파트면 짓는 데 보통 2년 반~3년 정도 걸립니다. 분양가 2냥을 이 기간 동안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서 내는 거죠. 그리고 청약의 장점 마지막 3번은 공정한 경쟁입니다. 누가 유리하다 불리하다, 조건이 까다롭다, 청약제도를 두고 말이 많지만 이 룰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잘나가는 집 자제분이라거나 돈이 많다고 당첨에 유리한 건 아니에요. 물론 그분들은 청약을 할 필요가 없으시겠지만.
얼마나 공평하냐면 집이 있는 놀부도 청약을 할 수 있어요. 민간분양일 때만 가능하긴 한데, 집이 있다고 해서 청약을 못 하는 줄 아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집이 있어도 됩니다. 물론 집이 있으니까 가점제에서 무주택가점은 0점인 거죠.
오늘은 어떻게 해야 부동산으로 큰 돈 벌 수 있나, 이 얘기 한 게 아닙니다.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내집마련인지, 왜 가성비와 시성비인지 짚어봤습니다. 집값 떨어지니까 '로또분양은 끝났다'면서 통장을 해지해버리면 내 스스로 그동안의 노력과 앞으로의 기회를 날리는 게 됩니다. 집값이 떨어지든 말든 10~15년 묵묵히 통장 갖고 계시던 분들이 딱 필요할 때 통장을 사용해 행운을 잡으셨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예주·이문규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이문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