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푸틴이 숙청했어도 낭만화 안돼…잔혹한 인물" 지적도
러 바그너 본부 앞에 놓인 꽃…프리고진 죽음에 추모 발길도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지 두 달 만인 23일(현지시간) 비행기 추락으로 숨지자 러시아 일각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AFP·AP·로이터 통신 등을 종합하면 프리고진이 사망한 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옛 본부 'PMC 바그너 센터' 앞에는 그를 위한 임시 추모 장소가 마련됐다.

이곳에는 'PMC 바그너, 우리는 함께 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곳곳에는 액자에 담긴 프리고진의 사진이 놓였다.

이날 사고로 프리고진과 함께 숨진 그의 측근 드미트리 우트킨의 사진도 눈에 띄었다.

일부 사람들은 추모 장소에 꽃다발이나 바그너 그룹을 상징하는 패치 등을 남기며 한때 푸틴의 최측근이었던 프리고진의 죽음을 애도했다.

손으로 입을 막거나 눈물을 흘리는 사람, 오른쪽 손을 가슴에 가져다 대며 묵념하는 자세를 취하는 사람의 모습도 외신 카메라에 포착됐다.

러 바그너 본부 앞에 놓인 꽃…프리고진 죽음에 추모 발길도
한 여성은 기도 책을 들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고,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 여러 명이 헌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프리고진은 이날 전용기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제트기를 타고 러시아 모스크바를 떠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중 비행기 추락으로 숨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일이 단순 항공 사고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인사가 의문사하는 일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에 의해 숙청됐더라도 그가 잔혹한 전쟁 범죄자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러 바그너 본부 앞에 놓인 꽃…프리고진 죽음에 추모 발길도
영국 스카이 뉴스는 "만약 프리고진이 푸틴 치하 러시아의 '갱스터 정치'에서 자신을 만들어낸 자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면 이는 있을 법한 폭력적 결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프리고진이 낭만화될 위험이 있다.

그는 푸틴 정권에 감히 맞선 유일한 러시아인"이라며 "그러나 어떤 면으로 봐도 끔찍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프리고진이 이끈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아프리카, 중동 등 곳곳에서 러시아 영향력 확대를 위한 군사 활동을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전쟁범죄를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