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금장치 규정 미비, 재발 우려…환경부 "관련법 개정안 곧 시행"
암사자 탈출 사건에 '허가요건 강화' 목소리…주민 "불안" 호소
14일 경북 고령군에서 암사자 한 마리가 탈출했다 사살된 사건과 관련해 맹수 사육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 당국에 따르면 현행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사자와 같은 맹수를 키우려면 사육장과 방사장을 합해서 한 마리당 14㎡ 면적과 2.5m 높이의 펜스를 갖춰야 한다고 돼 있다.

사육 신청이 들어오면 담당 직원이 현장에서 점검을 한 뒤에 허가를 내준다.

그러나 잠금 시설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요건이 까다롭지 않다.

당국이 사육자에게 "잠금장치에 신경 쓰고 안전하게 관리해 달라"고 당부하는 게 사실상 전부다.

2중, 3중 잠금장치나 자동 잠금 장치 설치 등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당국의 현장 점검 주기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필요시' 점검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번 개인 목장 암사자 우리에도 관할 대구환경청이 1년에 한 번꼴로 현장 방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언제 또 암사자 탈출과 같은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 9월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다 사살된 것을 비롯해 2013년 11월에는 서울대공원에서 우리를 탈출하려던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했다.

2016년 11월에는 대전의 한 사설 동물원에서 새끼 반달곰 1마리가 탈출하기도 했다.

대부분 개인 목장이 아닌 동물원에서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사육장 문이 열리는 등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어서 당시에도 자동 잠금 장치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관련 법 개정은 지지부진했으며 최근에야 맹수 보호시설 요건을 강화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마련돼 올해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는 사육사나 관람객 안전을 위해 사자 등 맹수의 보호 및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자동 잠금 장치 의무 설치 등 구체적인 조항 없이 사육 당사자가 안전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선언적 조항으로 돼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이번 고령군 사례처럼 개인이 민가와 멀지 않은 곳에서 맹수를 사육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국의 사육 허가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령군 주민 A씨는 "많은 주민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자가 살고 있었는지 몰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개인의 맹수 사육을 금지한다든가 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