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 모델하우스에 예비 청약자들이 몰렸다. 사진=포에드원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 모델하우스에 예비 청약자들이 몰렸다. 사진=포에드원
서울 분양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집값이 부진할 것이라는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들어 가격이 반등하고 있어서다.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앞으로 나올 단지들의 분양가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예비 청약자들을 분양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올하반기 분양 시장은 더 뜨거울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의 예상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주요 아파트의 최저 당첨 가점과 최고 당첨 가점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상반기 분양했던 주요 단지 가운데 최저 당첨 가점은 48점이었다. 지난 3월(1순위 청약 기준) 분양한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로 전용 59㎡C 해당 지역에서 기록했다. 이 단지에선 총 6개 면적대에서 청약받았는데 전용 59㎡C가 청약 경쟁률 5.52대 1(63가구 모집에 348명), 평균 당첨 가점 53.65점으로 가장 낮았다.

4월부터는 최저 당첨 가점이 50점대로 올라섰다. 4월 첫 1순위를 진행한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에서 나온 최저 당첨 가점은 57점이다. 이어 5월엔 은평구 신사동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에서 최저 당첨 가점 58점을, 6월엔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가재울 아이파크'에서 59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1순위 첫 타자였던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 최저 당첨 가점이 51점으로 다시 50점대 초반으로 하락했지만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최저 당첨 가점이 58점으로 오르더니 용산구 한강로 2가 '용산 호반써밋 에이디션' 63점,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67점으로 60점대로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4인 가구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최대로 채웠을 때 나올 수 있는 점수가 69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분양 시장 최저 당첨 가점이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만점 수준까지 올랐다고 풀이할 수 있다.

주요 단지 최고 당첨 가점은 대부분 70점대를 기록했다.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 70점 △DMC 가재울 아이파크·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74점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75점 △휘경자이 디센시아 77점 △용산 호반써밋 에이디션·롯데캐슬 이스트폴 79점 등이다.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만 최고 당첨 가점이 69점이 나왔다.

올해 서울 분양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수인 79점은 만점인 84점에서 불과 5점 적은 점수다. 청약가점 만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인 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인 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인 17점을 더해야 나온다.

서울 청약 시장이 뜨거운 이유는 시장 분위기가 변화해서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저가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집값이 저점을 찍고 가파르게 반등했다.
상반기 청약을 진행한 서울의 한 단지 모델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한경DB
상반기 청약을 진행한 서울의 한 단지 모델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한경DB
여기에 향후 분양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예비 청약자들이 청약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뛰자 분양가가 오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6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6월 3.3㎡당 319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21만원)보다 13.2% 올랐다.

정숙희 내꿈사 대표는 "올해 초 분양가가 낮은 단지들을 놓친 예비 청약자들이 아쉬워한 경우가 매우 많았다"며 "갑자기 분양시장이 뜨거워지자 앞으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청약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분양이 예정된 단지엔 더 많은 고 가점 통장과 만점 통장이 몰릴 수 있단 설명이다. 당장 이달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를 비롯해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1261가구)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 등 지역별 '대어'가 예정돼 있어서다.

박지만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하반기 자치구마다 대어가 예정된 만큼 그간 통장을 아껴왔던 예비 청약자들이 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강남권의 경우 현금 부자에 고 가점 통장을 가진 예비 청약자가 많아 만점 통장도 꽤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앱(응용 프로그램)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1083명 응답)에 따르면 하반기 청약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725명 가운데 올해 청약에 나서는 이유로 '관심 단지가 분양을 진행해서'(39.7%)가 가장 많았다. 이어 △분양가가 계속 오를 것 같아서(21.8%) △청약·분양 조건이 이전보다 완화돼서(21.4%)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것 같아서(10.9%) 순으로 나타났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