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속에 몰려드는 온열 질환자 치료 도맡은 의료진들
대한적십자는 환경 미화 힘 보태고 경찰은 대원들 안전 이동에 한몫
'비록 파행이지만'…잼버리 성공 위해 비지땀 쏟은 숨은 일꾼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극한 폭염, 태풍 북상 등 각종 악재와 준비 부족으로 파행을 겪었지만 대회의 성공 개최를 도우려 묵묵히 비지땀을 흘린 '숨은 일꾼들'도 있었다.

온열질환자 속출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온 의사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은 자원봉사원들, 대회 내내 스카우트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진 경찰 등이 그 주인공이다.

김소은 전북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자 수백명이 잇달았던 지난 2일 잼버리 개영식을 떠올리며 "전쟁터와 같았다"고 9일 말했다.

당시 의사 4명, 간호사 7명뿐인 델타 구역 '잼버리 병원'에 온열질환자가 밀물처럼 밀려왔다고 한다.

특별한 외상은 없지만 더위를 먹어 몸에 기력이 없거나 정신이 희미한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환자가 누울 침상은 단 4개뿐.
급한 대로 군대에서 쓸 법한 야전 침상을 바닥에 깔고 환자를 옮겼다.

이마저도 차지하지 못한 환자는 의자에 앉혀 팔에 주삿바늘을 꽂고 생리식염수를 맞게 했다.

열기에 지친 스카우트 대원들은 의료진을 붙잡고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잼버리병원 내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미안했다"며 "힘들다고 우는 아이의 손을 꼭 잡아줬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역에서 하는 국제행사라 성공리에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에 의료봉사를 자청했다"며 "마무리는 아쉽지만,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성장하는 전북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비록 파행이지만'…잼버리 성공 위해 비지땀 쏟은 숨은 일꾼들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부안지구 회원들도 대회 개최 소식에 모두 새만금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대회의 막이 오른 1일부터 야영지 안팎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영외 프로그램이 예정된 고사포 해수욕장에 차광막을 치고, 미관을 해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정리했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할 때면 환자의 이동을 돕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야영지 내 1차 의료기관 역할인 '허브 클리닉'의 구석구석을 소독제로 닦았다.

야영지 내 쓰레기도 시간마다 수거하고 더위에 지친 대원들에게 물도 나눠줬다.

박영숙 대한적십자사 부안지구 봉사원은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부안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봉사에 최선을 다했는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서울과 부산, 인천경찰청에서 온 40명의 관광경찰대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뛰어난 어학능력을 토대로 야영장을 빠져나가는 대원들의 안전한 버스 탑승과 이동을 도와 혼잡을 줄였다.

관광경찰대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을 상대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영어와 중국어 등에 능통하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먼 길을 달려와 준 관광경찰대 덕에 대원과의 의사소통에 큰 불편이 없었다"며 "새만금을 찾은 대원과 지도자 모두 사고 없이 이동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