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스칸디나비안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DNA를 고성능 전기차로 이식

2000년대 중반, 볼보자동차코리아에 획기적인 일이 있었다. 볼보의 고성능 트림인 S60R이 수입된 것이다. 볼보의 고성능은 850 T5R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1990년대 국내에 정식 수입된 T5R은 몇 대 되지 않았고, 그마저 공식적으로는 판매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것이 S60R부터다. 이후 볼보차코리아에서 한 번 더 파장을 일으켰다. 2세대 S60 폴스타 버전이 그 주인공이다. 보란 듯이 R버전들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고성능 버전으로 폴스타가 자리 잡았다. 이제 폴스타는 고성능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브랜드로 재탄생해 새로운 역사를 쓴다. 스칸디나비안 고성능 전기차를 표방하는 폴스타2를 시승했다.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디자인&상품성
폴스타2는 중형 패스트백 스타일을 갖췄다. 길이, 너비, 높이, 축거는 각각 4,605㎜, 1,985㎜, 1,480㎜, 2,735㎜다. 국내 환경에 운행하기 좋은 크기다. 길이와 축거만 비교하면 경쟁차들보다 작지만 달리기 위한 최적의 크기로 타협을 봤다. 볼보와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전면부는 폴스타만의 간결함으로 구성했다. 격자형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과 북극성 엠블럼은 한눈에 폴스타임을 알 수 있다. 볼보 패밀리에서 시작한 T자형 LED 주간주행등은 이제 익숙하다. 풀 LED 전면부 헤드램프와 안개등도 기본이다. 범퍼 하단부는 양옆의 안개등을 기준으로 직선의 검정색 몰딩을 더해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전면부만 놓고 보면 고급스러움보다는 담백함과 역동성을 더 강조했다.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측면은 헤드램프 상단에서 시작한 캐릭터라인이 도어 측면의 밸트 라인과 일치하며 후미 트렁크 끝단까지 이어져 안정감 있는 형상을 보인다. 전·후면 범퍼 하단부와 사이드 스커트, 휠하우스에는 검정 우레탄 몰딩과 크레들을 적용해 거친 노면 주행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도어에는 터치 타입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을 채택했다. 깃발 형태의 사이드미러는 거울을 포함한 커버 통째로 조절한다. C필러에서 떨어지는 선은 트렁크 끝단까지 이어져 패스트백 스타일을 완성한다. 퍼포먼스 패키지를 고르면 20인치 휠과 타이어, 황금색의 4피스톤 캘리퍼가 휠하우스를 꽉 채운다. 운전석 도어 아래엔 앙증맞은 'Polestar2, Battery Electric Vehicle, 78㎾h/300㎾' 스티커가 성능을 암시한다.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후면부도 간결하다. 폴스타 엠블럼이 차체 색상과 같아 멀리서 보면 금방 인지하기 힘들지만 누가 봐도 디자인으로 폴스타임을 확신할 수 있다. 차체 양 끝에 배치한 풀 LED 후미등은 트렁크 중간까지 'ㄷ'자 형태로 길게 이어졌다. 후방 안개등은 범퍼 하단부에 반사판과 함께 장착했다. 고성능 전기차이지만 후면부에서 느낄 수 있는 고성능 요소가 없는 것이 아쉽다.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대시보드를 포함한 실내는 폴스타 미니멀리즘의 완성체다. 모터 온오프 스위치마저 없다. 물리적 버튼이 많은 차를 타던 운전자라면 적응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계기판과 11.2인치 센터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 쉽게 구성해 적응만 되면 작동에는 문제없다.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도입했다. NUGU 보이스 컨트롤 기능으로 음성 인식 제어도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주기적인 업데이트는 OTA(over-the-air)가 담당한다. 타사의 특정 차종은 유심을 차량 내에 장착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폴스타의 경우 5년 무제한 인터넷 사용을 포함해 데이터 걱정 없이 자유로운 내비게이션 사용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폴스타2의 오디오 시스템은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를 채택해 몰입감이 넘친다. 이전에 접했던 하만카돈 시스템보다 더욱 개선됐다.

운전석은 메모리 기능을 적용한 8방향 전동조절과 4방향 럼버서포트, 수동 조절 허벅지 지지대로 이뤄졌다. 열선과 통풍도 기본이다. 노란색 시트벨트는 색상만으로 고성능을 강조한다. 스티어링 휠은 다기능 조절 버튼이 양옆으로 자리한다. 좌측은 스마트 크루즈 기능의 버튼, 우측은 멀티 기능의 조절 버튼이다.
동반석도 운전석과 동일한 8방향 전동 조절과 4방향 럼버서포트, 수동 허벅지 지지대로 구성했다. 좌석은 볼보차와 같은 설계를 반영해 한결같은 편안한 착좌감을 선사한다. 가죽은 아연(Zinc) 색상의 나파 가죽을 사용해 부드럽다. 시트 등받이에는 라이트 애쉬 데코로 마감했다. 덕분에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완성됐다.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뒷좌석은 기본에 충실하다. 좌석 등받이는 성인 2명이 앉으면 허리 각도가 수직에 가까워 장거리 운행 시 불편할 수 있다. 단거리 이동에 맞춰진 설계로 받아들여야겠다. 후방유리창의 개방감이 작은 점도 특이하다. 외부에서는 뒷유리가 커 보이지만 실내에서는 아늑하게 보인다.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성능
폴스타2의 모터 성능은 기본형 싱글모터가 170㎾이고 듀얼모터가 총 300㎾다. 내연기관으로는 408마력에 해당되는 출력이다. 국내 인증 표준에 따라 78㎾h의 배터리 용량으로 한번 충전에 롱레인지 싱글모터 기준 417㎞, 듀얼모터 기준 334㎞를 주행할 수 있다. 복합 효율은 3.8㎞/㎾h다. 싱글모터로도 충분하지만 폴스타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듀얼모터 트림의 퍼포먼스팩을 추천한다.

주행을 위해 폴스타2에 올랐다. 전원 버튼이 없다. 차 키를 몸에 지니고 가까이 다가가면 차문을 열 수 있고 운전석에 탑승하면 이미 차의 전원은 달릴 준비를 마친 상태다. 기어 레버를 변속하고 출발하기만 하면 된다. 사용자에 따라서 이 방식이 편리하거나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으로 인한 간결함은 폴스타2만의 묘미다. 듀얼 모터는 도심 주행에서 상당한 날렵함을 선사하기 때문에 과도한 가감속의 경쾌한 주행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폴스타2의 매력은 단연 퍼포먼스 팩에 포함된 서스펜션이다. 이전 폴스타에도 장착했던 올린스 조절식 댐퍼다. 올린스 댐퍼는 20인치 휠, 타이어와 조합한다. 출고 시 댐퍼는 기본 설정으로 전방 포지선 8, 후방 포지선 8이다(전·후 1단계부터 20단계 조절 가능). 운전자의 기호에 따라 트랙, 거친 노면, 컴포트 컴플라이언트, 컴포트 설정 등으로 앞, 뒤 댐퍼를 조절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출고 후 최장 1년까지 1회 무상 댐퍼 설정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소비자로서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고장에 대한 걱정은 덜 수 있다. 시승차는 기본 설정을 반영했지만 일반 차보다 균형 잡힌 단단한 승차감을 지원한다.

앞바퀴 브레이크는 브렘보의 구리 골드 색상의 알루미늄 4피스톤 캘리퍼와 듀얼캐스트 플로팅 375㎜지름, 35㎜ 두께의 로터와 조합해 제동에 믿음을 준다. 실제 고속영역에서의 제동성능은 그 빛을 발휘한다. 듀얼캐스트 플로팅 로터는 주철과 알루미늄 두 가지 재료로 만들어 15~20%의 무게를 감량했고 주철의 내열성과 알루미늄의 경량성을 결합해 브레이크의 성능을 극대화시켰다. 도심 일상 주행의 제동성능도 만족하지만 고속 항속과 순간 가감속에서의 제동성능은 더욱 믿음을 준다.

[시승]고성능 볼보에서 벗어난 전기차, 폴스타2

▲총평
폴스타2는 볼보차의 혈통이지만 볼보같지 않다. 오롯이 폴스타임을 밝힌다.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탄생해 스칸디나비안 고성능 전기차의 중심이 됐다. 또한, 혁신적인 디자인의 간결함을 차체 곳곳에 반영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기능도 있지만 이는 폴스타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전기차 경쟁에 폴스타2가 한국에 얼마나 뿌리를 내릴지 기대해 볼 만하다. 퍼포먼스, 파일럿라이트, 플러스 팩 등을 포함한 폴스타2 가격은 7,920만원이다.

박재용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