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미 앨라배마 공장.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미 앨라배마 공장. <현대차 제공>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실적이 주춤한 반면 전통적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기아와 도요타는 실적이 정점을 찍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현대차·기아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도요타 역시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2021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 1일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2% 증가한 30조엔(약 271조2150억원), 영업이익도 10% 늘어난 3조엔(약 27조1215억원)으로 잡았다.

3월 결산 법인인 도요타의 역대 최고 실적은 2022년 3월기(2021년 4월~2022년 3월)에 기록했던 2조9956억엔(당시 환율 약 29조4000억원)이다. 해외 판매 비율이 높은 도요타로서는 환율이 중요 변수지만, 엔화 기준으로만 놓고 볼 때 올해 실적 전망은 역대 최고치다.

현대차와 기아도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일제히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기아 스포티지. <기아 제공>
기아 스포티지. <기아 제공>
현대차는 올해 매출이 전년대비 14~15%(기존 10.5~11.5%), 영업이익률은 8~9%(기존 6.5~7.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아는 연간 매출 전망 100조원 돌파(연초 97조6000억원)를 선언했다. 영업이익 목표는 9조3000억원에서 11조5000억~12조원, 영업이익률은 9.5%에서 11.5~12%로 대폭 높였다.

이에 기반한 현대차·기아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24조~26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이들 업체가 전성기를 구가하는 배경으로는 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생산 자체가 증가한데다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 환율 효과 등이 꼽힌다.

우선 현대차·기아는 SUV, 고급차 제네시스 브랜드가 효자 역할을 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SUV 판매 비중을 지난해 2분기 57.8%에서 올 2분기 58.7%로 늘렸다. 기아도 단가가 높은 레저용 차량(RV) 판매 비중을 65.4%에서 68.0%로 확대했다.

현대차·기아가 올 2분기 실적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현대차10.0%, 기아 13.0%)을 낸 것은 비싼 값에 팔지만 남는 게 많지 않은 전기차(영업이익률 5.0% 수준) 판매 속도를 조절하고 고가 내연기관 차량을 많이 팔았기 때문이다.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도요타 제공>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도요타 제공>
도요타의 호실적은 하이브리드차 판매 호조 영향이 컸다.

도요타는 올 2분기에 254만대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이 중 전기차는 2만9000대에 불과했다.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량이 35%(약 80만7000대)에 달했다. 도요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캠리 하이브리드 등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많아 영업이익이 크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연기관차 회사들이 투자 회수기에 진입하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코로나19 이전 평균 4~5%에서 평균 8%로 향상됐다"고 말했다.
테슬라 모델 Y. <테슬라코리아 제공>
테슬라 모델 Y. <테슬라코리아 제공>
반면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테슬라의 실적 고공행진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테슬라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24억달러(약 3조1000억원)로 전년 대비 3% 줄었다. 매출은 47% 늘었지만, 적극적인 가격 할인으로 이익이 감소했다.

이 기간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9.6%로 전년(14.6%) 대비 5%포인트나 축소됐다. 도요타(10.6%), 벤츠 승용 부문(13.5%), 현대차·기아(11.2%)보다 영업이익률이 낮다. 한때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글라는 그동안 기가팩토리(생산공장)의 획기적 차량 생산방식으로 제조원가를 크게 낮추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치킨 게임(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것)'이 벌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평범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풀이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