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오는 7일부터 나흘간 북미, 유럽 내 주요 대학의 박사과정 인재 100여 명을 한국으로 초청한다. 왕복 항공권은 물론 5성급 호텔 3박4일 숙박권까지 모두 지원한다. 남양연구소를 비롯한 회사 핵심 거점에서 친환경차, 스마트팩토리 등 주요 사업을 소개하는 글로벌 채용 행사다. 올해는 작년보다 행사 기간을 하루 더 늘리는 등 공을 들였다. 미래차 핵심 인재를 입도선매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차 할인·초봉 1억…車·배터리업계 '인력 충전' 전쟁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인력 확보 전쟁을 펼치고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차산업 성장세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서다. 각 기업은 신차 할인, 초봉 1억원, 계약직에도 학자금 지급 등 파격적인 당근책을 내걸고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배터리업계 북미 인력 쟁탈전

2일 업계에 따르면 인력 쟁탈전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은 미국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현지에 생산 공장을 잇따라 짓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신공장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근무할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조지아주와 함께 파격적인 대우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비직 채용 박람회를 연 앨라배마주 공장에서는 채용 조건으로 제네시스 등 신차 할인과 30달러 안팎의 시급, 건강보험 가입 등을 제시했다. 시급이 20달러 안팎인 다른 공장보다 50%가량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배터리 인재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볼타재단에 따르면 현지 배터리 엔지니어의 초봉은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중간 관리자는 연봉이 20만달러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도 배터리 인력 수급에 애를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그룹의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는 2030년까지 최대 2만 명을 고용하기 위해 월평균 200회의 면접을 보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에 9000유로(1284만원) 넘는 월급을 내걸었다.

단순히 연봉만 더 주는 게 아니다. BMW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은 인력 확보를 위해 계약직 근로자에게도 학자금을 지원한다. 미시간주는 역내 공장을 지은 기업들을 위해 최근 ‘전기차 장학금 제도’를 신설해 관련 전공 우수 학생이 프로그램 참여 기업 중 한 곳에 입사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고교 교사에게까지 “제자 보내달라”

인재 확보 전쟁은 초등학교로까지 번졌다. 독일 ZF그룹은 초등학생들에게 회사는 물론 미래차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주기 위해 자사 로봇을 제공하고 있다. 여름에는 고등학교 교사를 공장으로 초청해 회사를 소개한다. ‘똑똑한 제자를 우리 회사로 보내달라’는 구애다.

북미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국내 배터리업계도 현지 채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 여덟 곳의 공장을 가동 또는 건설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과 캐나다 전역을 돌며 수시로 채용 행사를 열고 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인사책임자(CHO) 등 경영진이 직접 현지로 날아가 석·박사 과정 인재들과 만찬을 함께하며 어필하는 것은 기본이다. SK온의 미국법인은 구직자 편의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라는 색다른 방식의 채용 설명회를 고안하기도 했다.

배성수/김일규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