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국가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는 가운데 부채한도와 관련해 정치권의 교착상태가 반복되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개장 전 전해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피치는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직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피치는 등급 강등 원인으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재정 악화와 끊이지 않는 부채한도 협상 관련 교착을 꼽았다. 특히 부채한도 관련 진통을 겪을 때마다 미국 정치권이 벼랑 끝 전술로 싸우다 막판에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국가 거버넌스가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관리 문제도 언급했다. 다른 국가와 달리 중기 재정을 관리할 큰 틀에 대한 계획이 부족하고 예산 편성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피치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서 2023년 6.3%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 경제가 신용 여건 악화와 기업 투자 약화, 소비 둔화 등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완만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즉각 반박했다. 옐런 장관은 “피치의 이번 결정은 자의적이며 오래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이라며 “미국 국채는 여전히 가장 안전한 유동자산이며 미국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2일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1.90% 내린 2616.47에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3.18% 하락한 909.7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2.30%, 홍콩 항셍지수는 2.47% 빠졌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날 하락 출발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원70전 오른 1298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강진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