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직후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하자 투자자들은 2011년의 ‘악몽’을 떠올렸다. 그해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을 때 S&P500지수가 한 달간 약 15% 급락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커져…원화가치 급락
피치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뉴욕 지수선물 시장은 일단 차분하게 반응했다. 2일 오전 2시 기준 다우지수 선물은 0.33% 하락했다. S&P500지수 선물과 나스닥100지수 선물은 각각 0.27%, 0.63% 떨어졌다. 선물 가격 하락폭이 제한적으로 나타났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자문사 트루이스트의 키이스 레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예상치 못한 일이고 돌발적인 상황”이라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90% 하락한 2616.47에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3.18% 떨어진 909.76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3%), 홍콩 항셍지수(-2.42%·오후 4시 기준), 대만 자취안지수(-1.85%) 등도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로 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4원70전 오른 1298원50전에 마감해 1300원 선 재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 전 전해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으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3원70전 오른 1287원50전에 시작해 상승폭을 키웠다. 이날 하루 상승폭은 지난 3월 24일의 16원 후 약 130일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시장이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했을 때와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증시가 랠리를 지속하고,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2.4%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가 탄탄함을 증명하는 지표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강진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