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보강공사  LH가 발주한 아파트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양주의 한 LH 아파트 주차장에서 기둥 철판 보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의 한 LH 아파트에 보강공사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뉴스1
부랴부랴 보강공사 LH가 발주한 아파트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양주의 한 LH 아파트 주차장에서 기둥 철판 보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의 한 LH 아파트에 보강공사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뉴스1
“임차 계약이 며칠 안 남았어요. 소식을 듣고 직접 와봤는데 오히려 더 불안해져서 해약을 고민 중입니다.”(파주운정 A34블록 입주 예정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 중 15곳에서 지하 주차장의 보강전단근(철근)이 누락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며 1일 해당 단지 주민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이미 입주가 진행 중인 현장에선 “후속 조치도 못 믿겠으니 계약금을 환불받겠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LH는 입주 예정자에게 ‘계약 잠정 연기’라는 강수를 두며 신뢰 회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지하 주차장을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민간 현장에서도 안전진단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안내 없고 현장 엉망”…속 타는 입주민

이날 경기 파주시 초롱꽃마을 3단지(A34블록) 지하 주차장은 비교적 평온한 지상과 달리 공사 소음으로 시끄러웠다.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된 12개 기둥을 보강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슬래브에 보강재를 삽입해 기둥과 연결하는 작업이다. LH에서 ‘도색 공사’라는 안내문을 붙였을 뿐 기둥 철근 보강에 대한 안내문도, 안전 감독자도 안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입주민 김모씨는 “도색 공사로 알았는데 이렇게 위험한 공사인 줄 몰랐다”며 “다들 계약을 포기하겠다고 아우성”이라고 했다.

공사 현장 주변에는 주차된 차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민들이 붕괴를 걱정해 지상으로 차를 옮겼기 때문이다. LH는 전날 주민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지만, 분노한 주민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 입주민은 “언제 무너질지 불안해 살기 힘들다”며 “싹 부수고 다시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H는 추가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예비 입주자에게는 계약 잠정 연기를 통보했다. 기존에 낸 계약금은 환불하기로 했다. LH 관계자는 “단지 보강 공사가 끝난 뒤 입주민이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9월 중 다시 계약 일정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 퍼스트포레(별내A25)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단지는 302개 기둥 중 126개가 불량으로 드러났다. 이날 단지에서 만난 박모씨는 “임시 기둥이 곳곳에 들어갔는데, 차량 출입도 자유롭고 펜스조차 없다”며 “갑자기 공사를 하겠다고 해놓고 별다른 설명이 없으니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했다.

민간 건설사에 ‘안전진단 요청’ 봇물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지하 주차장도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293개 단지가 대상이다. 105개 단지는 공사가 진행 중이고, 188개 단지는 입주를 끝마친 상태다.

'철근 빠진' LH 아파트 분노…예비 입주민 "싹 부수고 다시 지어라"
건설사들은 이미 주민의 ‘안전진단 요청’을 받고 있다. 주민이 먼저 “우리 아파트 기둥은 철근이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넣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 설계와 시공, 감리 현황을 다시 점검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최근 문제없다는 회신을 했다”며 “다른 단지에서도 비슷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일부 단지에 무량판 형식 지하 주차장이 있어 주민 요청으로 안전진단을 진행했다”며 “자체 진단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와 주민에게 설명했다”고 했다.

건설업계에선 LH와 달리 민간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부실공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관예우가 적용되는 LH 발주 현장과 달리 민간 현장에선 감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계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LH 현장의 무량판 구조 보강재 두께는 300~400㎜ 수준이지만, 민간 현장에서는 600~700㎜ 이상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 현장은 설계 때 구조 설비를 기준보다 훨씬 강화하는 게 기본”이라며 “LH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주=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