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대표 약세론자로 꼽히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우리가 틀렸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올해 뉴욕증시 상승랠리를 과소평가하고 비관론을 너무 오래 고수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윌슨은 “올해 인플레이션 둔화와 기업들의 비용 절감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예상보다 높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AI) 붐을 과소평가했다고도 말했다.

윌슨은 최근 1년 동안 뉴욕증시가 조정받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올 들어 강세장에 진입할 때도 랠리가 곧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고, 기술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지난 2월에는 “증시가 죽음의 지대에 진입했다”고 보고서에 쓰기도 했다.
"우리가 틀렸다"…'반성문' 쓴 월가 대표 비관론자
그러나 뉴욕증시는 하반기에 들어선 현재까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챗GPT로 촉발된 AI 붐의 수혜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과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들이 지목되면서 기술주들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또 경기침체가 예고됐던 미국에서는 고용 시장이 받쳐주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것이 경제 지표로 확인됐다.

그가 고수한 S&P500의 연말 전망치는 3900이지만 24일 종가(4554.64)는 이보다 16.8% 높다. 그는 최근 S&P500의 내년 6월 전망치를 4200으로 높였다.

다만 윌슨은 미국 기업들의 올해 실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관적”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의 둔화가 기업들에게는 매출 성장세를 제한하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2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된 지 2주만에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실적을 하향조정하는 추세가 상향 조정하는 추세를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윌슨은 “기업이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은 컨센서스보다 훨씬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면서 “올해 많은 기업들의 매출 성장률을 0 이상으로 끌어올린 주 요인은 가격이었던 만큼,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다면 상당한 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