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졌는데 재산세는 왜 늘었냐"
서울 도봉구에 사는 A씨는 최근 재산세를 고지받고 황당해했다. 지난해 147만원이었던 재산세가 올해 170만원으로 23만원 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사는 집의 주택공시가격은 같은 기간 7억3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오히려 8000만원 하락했다. A씨는 “집값이 내려갔는데 재산세가 오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재산세 납부의 달’인 7월을 맞아 재산세 고지서가 각 가정에 날아들고 있는 가운데 “세금 계산이 잘못된 것 아니냐”며 항의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애꿎은 공무원만 민원 폭탄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재산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던 정부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주택 소유자의 경우 재산세는 주택 시가표준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을 바탕으로 산출한다. 집값과 연동되는 구조다 보니 올해 재산세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 집주인이 많았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104.1(2021년 6월 기준 100)에서 지난달 92.6으로 하락했다.

현장에서 이런 혼선이 빚어진 이유는 재산세에 적용되는 ‘세 부담 상한제’ 때문이다. 세 부담 상한이란 직전 연도에 납부한 세액을 바탕으로 올해 오를 수 있는 세금의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주식가격에도 전날 거래가격을 바탕으로 상한가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과 같은 ‘집값 하락기’엔 세 부담 상한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지난해 재산세 산출액이 150만원이고 세 부담 상한이 110만원이었다면 집주인은 실제 재산세보다 낮은 110만원 범위 내에서 세금을 내면 됐다. 하지만 올해 재산세 산출액이 120만원이 됐고, 세 부담 상한도 전년의 10% 이내인 120만원이 됐다면 집주인은 집값이 떨어졌음에도 120만원의 재산세를 내게 된다. 집값이 하락했는데 재산세를 더 내게 되는 것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보니 각 구청에는 집주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재산세 부과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심할 때는 민원 전화가 2분에 한 번씩 온다”고 하소연했다. 혼란이 커진 데엔 정부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행정안전부는 올해 예상되는 주택 재산세 세수 수준을 지난해에 비해 7275억원 줄어든 5조6789억원으로 전망하면서 “1주택자 기준 가구당 평균 7만2000원 정도 세 부담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