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본색 나왔다…폭염에 북반구 응급실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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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넘는 불볕·가마솥 더위…미·유럽·아시아 '팬데믹급' 비명
온열질환 사상자 속출…"인류 존립 위협에 필사적 대처 나서야" 지구촌 북반구에 몰아닥친 폭염으로 사람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됐다.
기록적으로 치솟은 기온을 이기지 못한 온열질환자가 밀려들어 미국과 유럽 곳곳 응급실에 비상이 걸렸다.
18일(현지시간) 외신과 각국의 기상당국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 남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 기온 기록이 나날이 나오고 있다.
◇ 미·유럽·아시아 폭염 기습…"이란에선 66.7도까지 올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최고기온이 19일 연속으로 섭씨 43도를 넘어 기존 최장 기록인 18일을 넘어섰다.
피닉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주민들은 여름 정점이 다가오기도 전에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곳곳에서 나온 최고기온 신기록은 1만2천개가 넘는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로마의 기온이 41.8도까지 찍으면서 작년 6월 40.7도를 넘어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이날 로마, 피렌체를 비롯한 20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고 19일에는 이를 23개 도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주, 아라곤 주, 마요르카 등지에서도 기온이 40도를 넘겨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카탈루냐 기상당국은 다르니우스 마을에서 수은주가 45도까지 치솟아 이 지역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의 페르시안 걸프 국제공항에선 기온이 66.7도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더위의 수준을 넘어선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 북부 신장위구르 자치구 저지대가 지난 16일 52.2도로 중국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이상고온이 지속되고 있다.
◇ 입 열기 시작한 '침묵의 살인자'…응급실 비상사태 속출
폭염은 폭풍이나 폭우처럼 피해가 생생하게 목격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인명을 앗아가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일사병과 열사병, 실신, 경련, 탈진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온열질환을 초래하는 까닭에 중대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통한다.
그런 맥락에서 세계보건기구(WHO)도 폭염을 가장 위험한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다.
WHO는 극단적 기상에 대한 지침에서 "폭염은 사망자와 피해자가 항상 뚜렷하게 구분되지는 않기에 제대로 주목받는 때가 드물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최근 기록적 폭염이 닥친 지역에서는 이제 응급실이 비상이 걸릴 정도로 눈에 띄게 온열질환 환자들이 쇄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폭염 속에 응급실을 찾는 온열질환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일부 병원에서는 열에 과도하게 노출돼 탈진 등 증세를 겪는 이들의 수가 20∼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자 중에 노약자가 많지만 더 젊은 연령대도 두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 35개국에서는 작년에 온열질환 사망자가 6만1천600명에 달한 만큼, 올해 기록적 폭염 속에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이날 최고기온이 경신된 피닉스에서는 12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피닉스에 있는 밸리와이즈 보건·의료센터 의료진은 CNN 인터뷰에서 의료체계가 폭염 피해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의 프랭크 로베치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이후 응급실이 이렇게 바쁠 때는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폭염에 쓰러진 관광객 등이 급증하는 등 응급실 환자가 4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진은 과도하게 열을 받은 일부 환자를 얼음이 들어찬 시신 가방(보디백)에 넣는 임시 처방을 내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인체가 열 못 견디는 시대…"인류 존립 위한 필사적 대처 필요"
이 같은 사태를 두고 의학 전문가들은 에어컨, 선풍기, 그늘 등이 없이 인체가 열을 견뎌낼 수 있는 여지가 좁아졌다는 점을 주목한다.
열이 대류나 복사를 통해 인체에서 빠져나갈 수 있지만 이는 기온이 체온보다 낮아야 한다는 얘기다.
땀을 배출하는 방식으로 열을 빼는 데에도 습도가 높은 무더위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온열질환 전문가인 래리 케니는 WP 인터뷰에서 "땀은 증발해야 효과가 있다"며 "땀이 고이거나 줄줄 흐른다면 냉각 효과 없이 탈진이 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환경학계는 인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이 같은 이상고온 현상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인 폭염에 대한 대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북미,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기온이 이번 주에 40도가 넘을 것"이라며 폭염이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WMO는 "한낮 최고기온에만 관심이 집중되지만 특히 열에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한밤중 고온도 건강에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WHO는 살인적 폭염을 비롯한 극단적 기상을 이제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사무소 소장은 로이터 통신에 "인류에 존망의 위협을 가하는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필사적으로 지역적, 전 지구적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온열질환 사상자 속출…"인류 존립 위협에 필사적 대처 나서야" 지구촌 북반구에 몰아닥친 폭염으로 사람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됐다.
기록적으로 치솟은 기온을 이기지 못한 온열질환자가 밀려들어 미국과 유럽 곳곳 응급실에 비상이 걸렸다.
18일(현지시간) 외신과 각국의 기상당국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 남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 기온 기록이 나날이 나오고 있다.
◇ 미·유럽·아시아 폭염 기습…"이란에선 66.7도까지 올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최고기온이 19일 연속으로 섭씨 43도를 넘어 기존 최장 기록인 18일을 넘어섰다.
피닉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주민들은 여름 정점이 다가오기도 전에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곳곳에서 나온 최고기온 신기록은 1만2천개가 넘는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로마의 기온이 41.8도까지 찍으면서 작년 6월 40.7도를 넘어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이날 로마, 피렌체를 비롯한 20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고 19일에는 이를 23개 도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주, 아라곤 주, 마요르카 등지에서도 기온이 40도를 넘겨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카탈루냐 기상당국은 다르니우스 마을에서 수은주가 45도까지 치솟아 이 지역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의 페르시안 걸프 국제공항에선 기온이 66.7도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더위의 수준을 넘어선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 북부 신장위구르 자치구 저지대가 지난 16일 52.2도로 중국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이상고온이 지속되고 있다.
◇ 입 열기 시작한 '침묵의 살인자'…응급실 비상사태 속출
폭염은 폭풍이나 폭우처럼 피해가 생생하게 목격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인명을 앗아가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일사병과 열사병, 실신, 경련, 탈진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온열질환을 초래하는 까닭에 중대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통한다.
그런 맥락에서 세계보건기구(WHO)도 폭염을 가장 위험한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다.
WHO는 극단적 기상에 대한 지침에서 "폭염은 사망자와 피해자가 항상 뚜렷하게 구분되지는 않기에 제대로 주목받는 때가 드물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최근 기록적 폭염이 닥친 지역에서는 이제 응급실이 비상이 걸릴 정도로 눈에 띄게 온열질환 환자들이 쇄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폭염 속에 응급실을 찾는 온열질환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일부 병원에서는 열에 과도하게 노출돼 탈진 등 증세를 겪는 이들의 수가 20∼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자 중에 노약자가 많지만 더 젊은 연령대도 두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 35개국에서는 작년에 온열질환 사망자가 6만1천600명에 달한 만큼, 올해 기록적 폭염 속에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이날 최고기온이 경신된 피닉스에서는 12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피닉스에 있는 밸리와이즈 보건·의료센터 의료진은 CNN 인터뷰에서 의료체계가 폭염 피해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의 프랭크 로베치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이후 응급실이 이렇게 바쁠 때는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폭염에 쓰러진 관광객 등이 급증하는 등 응급실 환자가 4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진은 과도하게 열을 받은 일부 환자를 얼음이 들어찬 시신 가방(보디백)에 넣는 임시 처방을 내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인체가 열 못 견디는 시대…"인류 존립 위한 필사적 대처 필요"
이 같은 사태를 두고 의학 전문가들은 에어컨, 선풍기, 그늘 등이 없이 인체가 열을 견뎌낼 수 있는 여지가 좁아졌다는 점을 주목한다.
열이 대류나 복사를 통해 인체에서 빠져나갈 수 있지만 이는 기온이 체온보다 낮아야 한다는 얘기다.
땀을 배출하는 방식으로 열을 빼는 데에도 습도가 높은 무더위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온열질환 전문가인 래리 케니는 WP 인터뷰에서 "땀은 증발해야 효과가 있다"며 "땀이 고이거나 줄줄 흐른다면 냉각 효과 없이 탈진이 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환경학계는 인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이 같은 이상고온 현상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인 폭염에 대한 대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북미,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기온이 이번 주에 40도가 넘을 것"이라며 폭염이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WMO는 "한낮 최고기온에만 관심이 집중되지만 특히 열에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한밤중 고온도 건강에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WHO는 살인적 폭염을 비롯한 극단적 기상을 이제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사무소 소장은 로이터 통신에 "인류에 존망의 위협을 가하는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필사적으로 지역적, 전 지구적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