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동포 2세 엄씨, 상파울루서 카페 운영…부친은 직접 커피 농사
"열심히 준비한 성과…"브라질 스페셜티 커피 세계에 알릴 것"
[인터뷰] 월드 바리스타 우승 엄보람 "브라질 동료들이 너무 좋아해"
세계적인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엄보람(33) 씨는 "저보다 제 동료들이 더 기뻐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엄씨는 한인 동포 2세로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인타운에서 가족과 함께 '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가게 상호는 가족의 성을 따서 지은 것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엄카페에서 만난 엄보람 씨는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정한 엄격한 기준에서 일정 점수를 얻어야 얻을 수 있는 칭호다.

지난 달 24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 브라질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엄씨는 "사실 대회 마지막 날 3등 정도 하겠구나 싶었는데, 우승을 차지했을 때 믿을 수 없어서 오히려 멍했다"고 말했다.

브라질로 돌아온 후 3주 동안 연일 브라질 방송 출연 및 언론 인터뷰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2021년과 2022년에도 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세계 대회에 출전했고, 올해 세 번째 도전에서 우승하게 됐다"고 했다.

엄씨는 "대회 출전을 위해 프레젠테이션 팀과 함께 짠 전략, 단순히 커피를 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커피 농사에서부터 로스팅을 거쳐 커피를 내리고 손님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커피 생산의 전 과정을 이야기하자는 전략이 높게 평가받았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우승은 단순히 좋은 전략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다.

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뽑힌 후 세계 대회에 나가기까지 두 달 동안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을 연습했다고 한다.

[인터뷰] 월드 바리스타 우승 엄보람 "브라질 동료들이 너무 좋아해"
대회 우승 후 브라질로 돌아왔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들은 브라질 커피 시장 종사자들이었다.

엄보람 씨는 "브라질 커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물량으로 경쟁을 할 뿐 고급 스페셜티 커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우승으로 커피 산업에 종사하는 브라질 분들께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신 것 같다"고 말했다.

엄씨 일가는 브라질 커피 업계에선 그 전부터 유명했다.

부친이 직접 농장에서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고 있어서다.

엄씨는 바리스타 외에 아버지의 스페셜티 커피를 한국, 일본, 영국, 스페인 등에 수출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커피 수출 업무로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며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들과 꾸준히 만나 교류하며 커피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도 이번 우승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바리스타는 커피 시장 전체에 대한 이해와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특징과 역사, 커피 생산의 모든 과정에 대한 지식, 그리고 손님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정신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소믈리에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했다.

엄보람 씨는 미 보스턴대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4년 동안 금융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가 2014년 본격적으로 부친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커피 수출 업무로 커피 산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각종 커피의 맛을 평가, 선별하는 업무를 주로 하다가, 2016년 브라질 한인타운에 엄카페를 열면서 바리스타 일을 시작했다.

그는 브라질의 스페셜티 커피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