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는 출판계만 홀대…'플랫폼P' 출판사들 다 쫓겨날 판"
서울 동교동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에서 출판계 관계자들이 17일 '마포구 책문화를 지켜주세요!'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플랫폼P 입주사 딴짓 공동대표 박초롱, 이학준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연구원, 이슬아 작가·헤엄출판사 대표, 조현익 플랫폼P 입주사협의회장, 주용범 경의선책거리 부스협의회장·도서출판 컬러나인 대표, 차해영 플랫폼P 운영위원·마포구의원,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정유민 작가·출판 편집자(플랫폼P 입주사).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초청에 응하지 않아 가운데 자리가 비어있다.

"7월이 부가가치세 납부의 달이잖아요. 저도 출판인로서 얼마 전 마포구에 세금을 냈는데, '나를 쫓아내려는 곳에 세금을 주네'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서울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 입주해 있는 정유민 작가·출판 편집자는 17일 서울 동교동 플랫폼P에서 열린 '마포구 책문화를 지켜주세요!'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간담회에는 출판계 최대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의회 등 출판 관계자 약 50명이 함께 했다.

출판계가 마포구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게 된 이유는 뭘까. 간담회가 열린 '플랫폼P'라는 공간이 문제의 핵심이다.

2020년 8월 문을 연 플랫폼P는 마포구가 운영 중인 출판계의 공유오피스이자 강연장, 전시공간이다. 창업 초기 출판사, 1인 창작자 등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공간을 내어 주고 '선배 출판사'인 위탁운영사가 이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한다. 현재 출판사, 책 디자인업체 등 30여개사가 입주해 있다.

플랫폼P는 출범 3년 만에 입주 요건이 강화됐다. 지난해 취임한 박강수 구청장은 이 공간의 용도를 변경하고 입주 조건을 '마포구 주민등록자'로 제한했다. 마포구 예산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니 마포구민에게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마포구에서 출판업에 종사 중이어도 마포구에 살지 않으면 플랫폼P에서 나가라는 게 구청의 입장이다.

출판계에서는 “마포구의 결정은 플랫폼P 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아 조례에 어긋난 데다가 마포구에 사업자등록을 한 출판인까지 배제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430여개 출판사가 모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달 비판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출판계는 타 시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을 편다. 서울디자인창업센터, 마포비즈니스센터, 마포구 중장년 기술창업센터 등 마포구에 있는 또 다른 공공 창업시설은 마포구민으로 입주조건을 제한하지 않는다.

예산 낭비와 비효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플랫폼P가 조성된 지 불과 3년 만에 재단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마포구청은 플랫폼P 일부 공간에 박 구청장의 공약인 '청년창업지원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P 입주사협의회 측은 "청년창업지원센터가 어떻게 플랫폼P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대화와 연구, 자문 등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 "성급한 일처리로 인해 초래될 대대적 예산 낭비와 비효율이 걱정"이라며 "구청에서 공개한 운영개편안에 따르면 위아래층을 분리하기 위한 인테리어 공사가 예정돼있다"고 말했다.

플랫폼P뿐만이 아니다. 최근 마포구에서는 책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작년 11월에는 작은도서관 축소·폐관 논란이 있었다.
"마포는 출판계만 홀대…'플랫폼P' 출판사들 다 쫓겨날 판"
"마포는 출판계만 홀대…'플랫폼P' 출판사들 다 쫓겨날 판"
서울 홍익대 인근 경의선 책거리에 설치된 책 관련 조형물과 전시·교육부스.
홍익대 인근 250m 구간에 책 전시·교육 부스를 꾸민 '경의선 책거리' 역시 갈등에 휩싸인 마포구 내 책 관련 공간이다. 마포구가 이곳을 갑작스럽게 '레드로드 관광특구'로 바꾸기로 하자 부스 운영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는 이태원 참사 재발을 막겠다며 홍대 일대 거리를 붉은색 아스팔트콘크리트로 덮은 '레드로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관광특구 사업도 레드로드 관광특구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올해 6월 말로 운영이 종료되는 걸 위탁운영사에 올해 초 얘기했는데, 전달이 제대로 안 됐다"며 "부스 등이 낡다 보니 레드로드 관광센터 등을 직접 운영해 새단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의선 책거리의 용도와 이름이 바뀌면 이곳에 설치된 조형물을 철거·교체하고 대중교통 안내방송, 표지판 등을 수정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서울시 등의 개입을 촉구하는 발언이 나왔다. 서울시는 2010년 마포 일대를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특구를 지정했던 서울시가 현재 하는 역할이 너무 없는데, 이건 정책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좀 더 큰 단위의 중재자들이 나서야 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가녀장의 시대>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헤엄출판사 대표인 이슬아 작가도 간담회 패널로 참여했다. 그는 과거 마포구에 거주하며 글을 썼고 마포구에서 출판사 신고, 사업자등록을 했다.

이 작가는 "이후 주민등록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긴 뒤에도 마포구는 여전히 제게 중요한 무대"라며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고 책 관련 행사가 활발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서적출판업 사업체의 16.8%가 마포구에 몰려 있다(2021년 기준).

그는 "얼른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독자들이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학준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연구원, 주용범 경의선책거리 부스협의회장·도서출판 컬러나인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 구청장은 플랫폼P 입주사협의회 측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