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으로 인정받은 '개혁중진'…총선승리 위한 '민주당 핵심인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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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서 내리 5선 지낸 ‘민주당 중진’
대학시절 노동운동 뛰어들어 프레스공으로
‘처음처럼’ 주도하며 할말 하는 정치인 각인
원내대변인·정책위의장·사무총장 거친 정책통
李대표 체제선 내년 총선 압승 목표로 활동
조정식은 21세기 민주당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역사의 산 증인이다. 국회의원 당선 이전에는 제정구 의원의 보좌진으로 일하며 정책·정무적 역량을 다졌다.
초선 시절인 17대 국회에선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모임 '처음처럼'을 주도하며 '할 말 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재선인 18대 국회에선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을 맡아 당의 스피커 역할을 했다. 19대 국회에서 3선이 된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사무총장을 맡아 당의 혁신을 주도했다.
4선인 20대 국회에선 확고한 중진 반열에 오르고 국토교통위원장과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여의도 정책통'으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새로운경기도인수위원회'를 이끌며 합을 맞추기도 했다.
5선이 된 21대 국회에선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20대 대선 전략을 진두지휘한 그는 이후 이재명이 당 대표가 되자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특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정책통으로서의 역량은 빛을 발했다. 당시 정책위의장을 맡은 조정식은 '전례 없는 위기에는 전례 없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제1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100%지급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 곳간지기였던 기획재정부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등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며 기재부를 설득해냈다. 국토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지방 산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해 매듭을 지었다. 조정식은 2019년 당시 "인구밀집도가 낮은 지방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철도, 도로, R&D시설 등 공공인프라 구축이 이뤄지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조정식의 드라이브는 당내에서 지방 자립기반을 확충하며 혁신의 성장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2019년 신안산선 복선전철사업 착공이 예타 조사를 마친 뒤 16년만에 시작되자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장관은 기념사에서 조정식에게 "깊은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책통으로서 조정식의 핵심 역량이 협상과 조정에서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상임위나 소위원회 회의 속기록을 찾아보면 "조정식 의원을 모시고 와라. 조 의원이 자리를 비우니 진도가 안 나간다." 등의 발언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정식을 "합리적인 시선에서 절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개혁중진=협상과 조정을 주도하는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정치성향은 상당히 개혁적이다. 조정식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선비의 품성에 투사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이명박 정부 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종편 도입을 위한 미디어법이 강행 처리되자 의장석을 뛰어넘어 법안 처리를 막으려고 한 시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에는 1인 시위를 하며 당시 윤석열 정부 인수위가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의원실에 따르면 "여당 정책위의장 시절 검찰개혁 1단계인 공수처 설립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해냈다"며 "누구보다 검찰 개혁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했다.
대학교 졸업 이후 조정식은 노동 현장으로 뛰어들었고 열악한 노동 현실을 몸소 느꼈다. 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릴뻔한 적도 수 없이 겪었다. 공장 생산직은 고졸 이하만 취업할 수 있었던터라 대졸이었던 조정식은 신분이 들통아 쫓겨나는 경우도 많았다.
조정식에게 정치적 삶의 목표가 생긴 시점은 이때부터다. 조정식은 노동 현장에 몸담은 경험을 토대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다진다. 조정식은 "그때의 생각은 지금도 정치인 조정식 의정활동의 기본 방향"이라며 "정치인 조정식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늘 처음처럼'=조정식의 정치적 좌우명이다. 인간 조정식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각오로 '진인사대천명'을 강조한다면, '늘 처음처럼'은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경기 시흥에 있는 지역사무실에는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쓴 '처음처럼'이라는 서예작품이 사무실에 걸려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좌우명이 생긴 계기는 조정식의 초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금뱃지를 단 조정식은 당선된 이후 3일동안 지역 주민들을 찾으며 인사를 드렸다. 이때 한 지역 어르신이 조정식에게 "앞으로도 부디 그 마음을 잘 간직하여, 지역민과 했던 약속을 잊지말고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선 이전에도 조정식은 선거 캠프 관계자들에게 "떳떳하고 깨끗한 정치와 선거를 하자"고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조정식은 보좌진과 선거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늘 처음처럼'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조정식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67.02%라는 득표율로 여야를 막론하고 수도권 최다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선거 때마다 내걸었던 대부분의 공약을 지켜 메니페스토에서 실시한 공약이행률 설문 조사에도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무상급식=2010년엔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전국을 뒤흔드는 사회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무상급식 찬성'에 약 80%의 참가자가 응답했다.
조정식은 경기도당위원장을 역임하며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무상급식 전면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국회에서 무상급식 지원을 위한 국비예산 강화를 주장했고, 같은해 무상급식 국비예산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정식은 이후에도 교육 현안과 밀접한 정책들을 적극 펼쳤다. 2015년에는 지능지수(IQ)가 71~84 사이인 '경계선 지능 학생'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20년에는 당정협의를 거쳐 경기도를 비롯한 시도 8개 곳 초·중·고 학생 약 364만 명에게 농수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조정식은 1992년 노동운동 이후 민주당 당무위원회에 몸담으며 제정구를 처음 만난다. 당시 당무위원회 실장이던 제정구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조정식은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량을 다진다. 조정식이 시흥에서 국회의원을 시작한 계기도 제정구의 유지를 잇겠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정구는 별세하기 전 "지금까지 역사는 너를 죽여 내가 사는 상극의 문화였다. 새로 시작되는 역사는 더불어 함께 사는 상생의 시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정구가 강조한 '깨끗한 정치, 지역주의 타파, 부패 척결'은 조정식에게도 이정표가 됐다. 그의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실천하는 게 조정식의 궁극적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재명="조정식은 이재명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갈 진짜 동지입니다. 저 조정식은 이재명과 함께 했고, 이재명을 지켜온 '이재명의 찐 동지'입니다." 조정식이 지난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말한 내용이다.
조정식은 재선 시절 당 원내대변인을 하면서 이재명 당시 부대변인과 연을 맺었다. 이재명이 성남시장을 출마할 때에는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으며 그를 지원했다. 경기도지사를 출마할 때는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됐을 때에는 인수위원회 상임위원장을 하며 '이재명의 경기도 플랜'을 설계하는 데 앞장섰다. △경기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SK하이닉스 반도체 용인 유치 △경기 북부 옥정~포천 광역철도 예타면제 등을 국회에서 지원하며 이재명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 대선에는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아 당내 경선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전국을 돌며 이재명 후보 알리기에 힘썼다.
현재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당을 살피고 있다. 이재명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부당하다고 믿고 있다. 검찰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이재명이 '검찰 독재'에 맞서는 상징이라고 말한다. 역대 당대표중 가장 기반이 넓기에 내년 총선도 이재명을 중심으로 치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정식은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성격의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민생경제·외교·국민안전 등에서 국민이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렸다고 보고 있다. 이에 조정식은 사무총장으로서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국민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당 내부개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지고 있다. 지난 3월 당 인적 쇄신에도 조정식이 유임됐던 배경에는 이재명이 그의 정무적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경제활력 입법활동=20여년 넘게 의정활동을 해 오며 '대한민국의 경제 활력'과 '미래 신산업 육성'에 집중해 입법활동을 해오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산업디지털 전환 촉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본회의 통과를 주도한 게 대표적이다. 법안은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업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원칙과 지원 규정을 명시한 게 핵심이다. 조정식은 "각종 규제로 활용에 큰 어려움이 있었던 산업데이터를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선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을 발의했다. '기반시설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둬 주요 기반 시설인 SOC(사회간접자본)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조정식은 이 법을 '노후 SOC 관리법'이라고 이름 지으며 입법 드라이브에 나섰다. 조정식은 "대한민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그 어느때 보다 심화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안정, 미래 신산업육성을 위한 입법활동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흥발전=시흥은 조정식이 정치를 처음 시작한 곳이다. 내리 5선을 하면서 민주당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해준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원과 지지에 보답하고자 '시흥발전'을 또 하나의 의정활동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는 게 조정식의 설명이다. 시흥발전을 위해 노력한 조정식의 성과로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활성화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조정식은 2008년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를 공약한 이후 관련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2021년에는 기재부를 설득한 끝에 시흥배곧 서울대 병원 추진을 위한 마지막 고비인 예타조사가 통과될 수 있도록 공헌했다.
관계자들을 꾸준히 설득한 끝에 2018년에 대우조선해양과 서울대가 협력해 '시흥 R&D센터'를 열 수 있도록 공헌하기도 했다. 시흥 R&D센터는 조정식 의원이 약속한 서울대 시흥캠퍼스 활성화 1호 사업이었다.
이외에도 2020년엔 시흥이 수도권 지역 중 유일하게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시흥의 3대 숙원이었던 '월판선·신안산선·수도권2순환고속도로'의 건설 계획을 확정짓기도 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시흥남부경찰서 등 공공기관을 유치하며 시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폭넓은 지역활동 경험을 살려 '대한민국 대표 바이오 혁신 거점도시' 시흥을 만드는 게 조정식의 다음 목표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대학시절 노동운동 뛰어들어 프레스공으로
‘처음처럼’ 주도하며 할말 하는 정치인 각인
원내대변인·정책위의장·사무총장 거친 정책통
李대표 체제선 내년 총선 압승 목표로 활동
조정식은 경기 시흥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다. 국회 보좌진 출신 정치인으로 2023년 기준 5선 중진 의원이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해 '공대 출신 정치인'이기도 하다. 2004년 17대 총선 때 경기 시흥시 을에서 금뱃지를 처음 달고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시흥은 제게 어머니의 품, 제2의 고향"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지역구에 대한 애착심이 강하다.
조정식은 21세기 민주당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역사의 산 증인이다. 국회의원 당선 이전에는 제정구 의원의 보좌진으로 일하며 정책·정무적 역량을 다졌다.
초선 시절인 17대 국회에선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모임 '처음처럼'을 주도하며 '할 말 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재선인 18대 국회에선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을 맡아 당의 스피커 역할을 했다. 19대 국회에서 3선이 된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사무총장을 맡아 당의 혁신을 주도했다.
4선인 20대 국회에선 확고한 중진 반열에 오르고 국토교통위원장과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여의도 정책통'으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새로운경기도인수위원회'를 이끌며 합을 맞추기도 했다.
5선이 된 21대 국회에선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20대 대선 전략을 진두지휘한 그는 이후 이재명이 당 대표가 되자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조정식을 말해주는 키워드
▶여의도 정책통=조정식은 당내에서 '여의도 정책통'으로 통한다. 당과 국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실력으로 성과를 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주된 의견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여당의 정책사령탑인 정책위의장으로서 민주당이 180석이라는 대승을 거두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겪어본 사람은 조정식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는 걸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특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정책통으로서의 역량은 빛을 발했다. 당시 정책위의장을 맡은 조정식은 '전례 없는 위기에는 전례 없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제1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100%지급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 곳간지기였던 기획재정부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등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며 기재부를 설득해냈다. 국토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지방 산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해 매듭을 지었다. 조정식은 2019년 당시 "인구밀집도가 낮은 지방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철도, 도로, R&D시설 등 공공인프라 구축이 이뤄지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조정식의 드라이브는 당내에서 지방 자립기반을 확충하며 혁신의 성장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2019년 신안산선 복선전철사업 착공이 예타 조사를 마친 뒤 16년만에 시작되자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장관은 기념사에서 조정식에게 "깊은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책통으로서 조정식의 핵심 역량이 협상과 조정에서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상임위나 소위원회 회의 속기록을 찾아보면 "조정식 의원을 모시고 와라. 조 의원이 자리를 비우니 진도가 안 나간다." 등의 발언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정식을 "합리적인 시선에서 절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개혁중진=협상과 조정을 주도하는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정치성향은 상당히 개혁적이다. 조정식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선비의 품성에 투사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이명박 정부 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종편 도입을 위한 미디어법이 강행 처리되자 의장석을 뛰어넘어 법안 처리를 막으려고 한 시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에는 1인 시위를 하며 당시 윤석열 정부 인수위가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의원실에 따르면 "여당 정책위의장 시절 검찰개혁 1단계인 공수처 설립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해냈다"며 "누구보다 검찰 개혁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했다.
조정식의 결정적 순간
▶'프레스공' 조정식=프레스는 자동차, 선박,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판금을 만드는 기계를 뜻한다. 경기 부천 도당동에서 프레스를 다루는 노동자인 프레스공으로 4년간 일한 경험은 '청년 조정식'이 '정치인 조정식'으로 탈바꿈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연세대학교에서 유서 깊은 학생운동서클 '인간연구회'에 가입한 이후 조정식은 노동 현실에 눈 뜨게 된다. 학생 시위를 구경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끌려간 경험과 학생 운동을 제안한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해야겠다는 조정식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대학교 졸업 이후 조정식은 노동 현장으로 뛰어들었고 열악한 노동 현실을 몸소 느꼈다. 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릴뻔한 적도 수 없이 겪었다. 공장 생산직은 고졸 이하만 취업할 수 있었던터라 대졸이었던 조정식은 신분이 들통아 쫓겨나는 경우도 많았다.
조정식에게 정치적 삶의 목표가 생긴 시점은 이때부터다. 조정식은 노동 현장에 몸담은 경험을 토대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다진다. 조정식은 "그때의 생각은 지금도 정치인 조정식 의정활동의 기본 방향"이라며 "정치인 조정식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늘 처음처럼'=조정식의 정치적 좌우명이다. 인간 조정식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각오로 '진인사대천명'을 강조한다면, '늘 처음처럼'은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경기 시흥에 있는 지역사무실에는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쓴 '처음처럼'이라는 서예작품이 사무실에 걸려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좌우명이 생긴 계기는 조정식의 초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금뱃지를 단 조정식은 당선된 이후 3일동안 지역 주민들을 찾으며 인사를 드렸다. 이때 한 지역 어르신이 조정식에게 "앞으로도 부디 그 마음을 잘 간직하여, 지역민과 했던 약속을 잊지말고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선 이전에도 조정식은 선거 캠프 관계자들에게 "떳떳하고 깨끗한 정치와 선거를 하자"고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조정식은 보좌진과 선거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늘 처음처럼'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조정식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67.02%라는 득표율로 여야를 막론하고 수도권 최다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선거 때마다 내걸었던 대부분의 공약을 지켜 메니페스토에서 실시한 공약이행률 설문 조사에도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무상급식=2010년엔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전국을 뒤흔드는 사회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무상급식 찬성'에 약 80%의 참가자가 응답했다.
조정식은 경기도당위원장을 역임하며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무상급식 전면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국회에서 무상급식 지원을 위한 국비예산 강화를 주장했고, 같은해 무상급식 국비예산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정식은 이후에도 교육 현안과 밀접한 정책들을 적극 펼쳤다. 2015년에는 지능지수(IQ)가 71~84 사이인 '경계선 지능 학생'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20년에는 당정협의를 거쳐 경기도를 비롯한 시도 8개 곳 초·중·고 학생 약 364만 명에게 농수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조정식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
▶제정구=조정식이 존경하는 정치인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정치인이다. '빈민운동의 대부'라고도 불리는 제정구는 1970년대 철거민 문제를 앞장서서 고민했던 국회의원이다. 조정식은 1998년 제정구가 폐암으로 별세하기 전까지 그의 보좌진으로서, '정치적 동반자'로서 활동했다.조정식은 1992년 노동운동 이후 민주당 당무위원회에 몸담으며 제정구를 처음 만난다. 당시 당무위원회 실장이던 제정구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조정식은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량을 다진다. 조정식이 시흥에서 국회의원을 시작한 계기도 제정구의 유지를 잇겠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정구는 별세하기 전 "지금까지 역사는 너를 죽여 내가 사는 상극의 문화였다. 새로 시작되는 역사는 더불어 함께 사는 상생의 시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정구가 강조한 '깨끗한 정치, 지역주의 타파, 부패 척결'은 조정식에게도 이정표가 됐다. 그의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실천하는 게 조정식의 궁극적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재명="조정식은 이재명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갈 진짜 동지입니다. 저 조정식은 이재명과 함께 했고, 이재명을 지켜온 '이재명의 찐 동지'입니다." 조정식이 지난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말한 내용이다.
조정식은 재선 시절 당 원내대변인을 하면서 이재명 당시 부대변인과 연을 맺었다. 이재명이 성남시장을 출마할 때에는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으며 그를 지원했다. 경기도지사를 출마할 때는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됐을 때에는 인수위원회 상임위원장을 하며 '이재명의 경기도 플랜'을 설계하는 데 앞장섰다. △경기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SK하이닉스 반도체 용인 유치 △경기 북부 옥정~포천 광역철도 예타면제 등을 국회에서 지원하며 이재명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 대선에는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아 당내 경선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전국을 돌며 이재명 후보 알리기에 힘썼다.
현재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당을 살피고 있다. 이재명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부당하다고 믿고 있다. 검찰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이재명이 '검찰 독재'에 맞서는 상징이라고 말한다. 역대 당대표중 가장 기반이 넓기에 내년 총선도 이재명을 중심으로 치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정식의 관심사
▶총선승리=당의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답게 조정식은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고 있다. 다년간의 선거 경험을 통해 총선 승패는 수도권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강남라인(광진·강동·동작·영등포)에서 '민주당 굳히기'에 성공해 과반 원내 1당을 달성하고자 하는 게 조정식의 목표다.조정식은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성격의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민생경제·외교·국민안전 등에서 국민이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렸다고 보고 있다. 이에 조정식은 사무총장으로서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국민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당 내부개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지고 있다. 지난 3월 당 인적 쇄신에도 조정식이 유임됐던 배경에는 이재명이 그의 정무적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경제활력 입법활동=20여년 넘게 의정활동을 해 오며 '대한민국의 경제 활력'과 '미래 신산업 육성'에 집중해 입법활동을 해오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산업디지털 전환 촉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본회의 통과를 주도한 게 대표적이다. 법안은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업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원칙과 지원 규정을 명시한 게 핵심이다. 조정식은 "각종 규제로 활용에 큰 어려움이 있었던 산업데이터를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선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을 발의했다. '기반시설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둬 주요 기반 시설인 SOC(사회간접자본)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조정식은 이 법을 '노후 SOC 관리법'이라고 이름 지으며 입법 드라이브에 나섰다. 조정식은 "대한민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그 어느때 보다 심화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안정, 미래 신산업육성을 위한 입법활동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흥발전=시흥은 조정식이 정치를 처음 시작한 곳이다. 내리 5선을 하면서 민주당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해준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원과 지지에 보답하고자 '시흥발전'을 또 하나의 의정활동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는 게 조정식의 설명이다. 시흥발전을 위해 노력한 조정식의 성과로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활성화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조정식은 2008년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를 공약한 이후 관련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2021년에는 기재부를 설득한 끝에 시흥배곧 서울대 병원 추진을 위한 마지막 고비인 예타조사가 통과될 수 있도록 공헌했다.
관계자들을 꾸준히 설득한 끝에 2018년에 대우조선해양과 서울대가 협력해 '시흥 R&D센터'를 열 수 있도록 공헌하기도 했다. 시흥 R&D센터는 조정식 의원이 약속한 서울대 시흥캠퍼스 활성화 1호 사업이었다.
이외에도 2020년엔 시흥이 수도권 지역 중 유일하게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시흥의 3대 숙원이었던 '월판선·신안산선·수도권2순환고속도로'의 건설 계획을 확정짓기도 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시흥남부경찰서 등 공공기관을 유치하며 시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폭넓은 지역활동 경험을 살려 '대한민국 대표 바이오 혁신 거점도시' 시흥을 만드는 게 조정식의 다음 목표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