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4일 16:08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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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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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HMM 매각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건다. 실타래처럼 꼬인 영구채 문제는 일부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배임 우려를 원천 차단하면서 인수 희망자와 매각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오는 10월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5년 전 발행된 1조원 CB, BW의 만기는 30년짜리로 연장도 가능한 영구채다. CB와 BW의 행사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현 주가(1만9400원)보다 크게 낮다. 매각 측은 HMM에도 영구채 상환을 받아주기 어렵고, 현재로선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구주는 각각 1억119만9297주(20.69%), 9759만859주(19.96%)다. HMM이 두 회사를 대상으로 발행한 총 영구채 금액은 2조6800억원(5억3600만주)에 달한다. 그 중 1조원 규모의 영구채를 10월 주식으로 전환하면 2억주가 신규 발행되고, 산은과 해진공의 전체 지분은 57.87%로 늘어난다.

인수 측에선 사들여야 하는 주식 수가 늘어나니 인수 부담이 커진다. 지분 가치 희석으로 HMM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산은이 주식 전환을 선택한 이유는 배임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2만원 안팎에 거래되는 HMM 주식을 5000원에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건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산은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 매각 공고문을 내고 매각 절차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매각 절차가 10월 전에 마무리되긴 쉽지 않은 만큼 매각 과정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영구채 처리 문제에 대해 큰 틀에서 의사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시장 상황과 협상 과정에 따라 매각 구조가 달라질 여지도 충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매각 의지가 강한 만큼 HMM 매각은 원매자가 우위를 점하고 협상하는 딜"이라며 "원매자가 난색을 표하면 산은 입장에선 딜 구조를 바꿔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