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설계비만 무려 300억원에 달하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이 시작부터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사업의 핵심인 용적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서울시가 한 건축사를 고발하자 조합원이 역으로 서울시를 고발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부촌인 압구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양현주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최근 서울시는 압구정 일대를 50층 내외, 1만 2천 가구 단지로 탈바꿈하는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습니다.

역대급 개발 소식인 만큼 재건축 사업의 밑그림인 설계 공모전에 뛰어든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성이 가장 좋은 압구정3구역의 경우 업계 1, 2위 건축설계사무소인 희림과 해안이 맞붙었습니다.

놀이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형 설계사무소 두 곳의 홍보전시관이 마주 보고 있습니다.

설계비 300억 원이 걸린 만큼, 이례적으로 조합원들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나선 건데요. 최근 용적률을 두고 신경전이 치열합니다.



용적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것은 희림이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훌쩍 넘어선 수준을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희림이 제시한 용적률은 360%인데, 친환경 설계 등을 포함하면 중복으로 올릴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성원 / 희림종합건축 파트장: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2021년도에 용적률 중첩 적용 가능하도록 개정이 됐고요. 1년 후인 2022년에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 기준 변경이 됐습니다. 거기에 친환경 등에 대한 인센티브 받도록 돼 있습니다. 이렇게 법적으로는 개정이 돼 있고 구비가 돼 있어요.]

해안은 신통기획의 용적률 최대 한도인 300%를 초과한 것은 공모지침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정성우 / 해안건축 설계부문 소장: 경기라는 건 일종의 룰이 있는 거고, 설계 경기엔 공모 지침이란 것이 있습니다. 공모지침을 지켜야 하는 게 중요한 거고. 조합에서 제시한 설계공모지침서에는 실격 처리 사유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서울시는 왜곡된 설계로 주민들을 현혹했다며 사기 미수와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희림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희림은 공모 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데다 서울시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고발 철회를 요청했습니다.

설계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서울시가 뒤늦게 나선 것인데, 시점과 근거 등을 놓고 월권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압구정3구역의 한 조합원은 "조합의 확인 없이 민간 업체를 고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역으로 서울시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300억원이 걸린 설계 수주전의 승자는 오는 15일 조합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진흙탕 싸움의 후유증은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양현주기자 hjyang@wowtv.co.kr
'300억짜리 진흙탕 싸움'…압구정에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