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 주차장·낮은 담장 등 사각지대 없앤 '범죄예방설계' 적용
"학교-지역사회 공존, 저출생시대 필수요소…범죄예방 강회해야"

11일 오후 경기도 시흥에 있는 학교복합시설인 배곧너나들이센터 3층 강의실에서는 바로 옆 배곧누리초등학교에서 하교한 학생들의 방과 후 한자 수업이 한창이었다.

"학교복합시설, 학교와 함께 아이들 보듬는 '교육의 파트너'"
배곧너나들이센터는 배곧누리초등학교 부지 안에 경기도 시흥시가 설립한 학교복합시설이다.

학교와 같은 담장에 둘러싸여 있고, 건물도 학교와 연결돼 있다.

2019년 배곧누리초등학교 개교에 맞춰 같은 해 10월 문을 열었다.

연면적 2천332㎡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는데 카페, 쉼터, 도서관, 강의실, 건강관리실, 돌봄교실 등을 갖추고 있다.

운영은 시흥시인재양성재단이 맡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교와 붙어있는 이곳 센터로 건너와 방과 후 수업 등을 듣거나 돌봄터를 이용한다.

배곧누리초등학교는 여느 신도시 학교들처럼 맞벌이 부부의 돌봄 수요가 많아 한때 돌봄교실 추첨에서 탈락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런 돌봄 대기수요에 숨통이 트이게 해준 것이 바로 지난해 센터에 들어선 문을 돌봄터였다.

"학교복합시설, 학교와 함께 아이들 보듬는 '교육의 파트너'"
3학년과 1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이진숙 씨는 "첫째가 입학할 때 학교 돌봄교실 수요가 많아 추첨에서 떨어졌고, 결국 육아휴직을 썼다"며 당시의 막막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 씨는 "돌봄터가 생기면서 학부모 입장에서는 (돌봄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며 "돌봄교실 경쟁률도 낮아지고, 센터가 학교와 연결돼 있다 보니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방과 후 활동을 하고 귀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신도시 학교들은 유휴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센터에서 공간을 제공해주다 보니 더 많은 학생이 안정적으로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교사들은 아이들이 하교한 뒤 교실에서 교과 연구를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게 교사들의 의견이다.

배곧누리초등학교 곽정은 교사는 "(센터는) 학교에서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고, 공간을 활용해서 학교가 충분히 보듬어주지 못하는 부분을 보듬어주는 좋은 교육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센터에서는 이처럼 아이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며 일일 카페를 운영하고, '주민 작가'를 위한 책 출간 기념회도 열었다.

올해 봄에는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학생·학부모들이 참여하는 '마을운동회'를 열기도 했다.

"학교복합시설, 학교와 함께 아이들 보듬는 '교육의 파트너'"
센터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개관 전부터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통상 학교복합시설을 건립할 때 반대에 부딪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안전 문제다.

외부인 출입이 잦아지면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학부모 우려가 크다.

복합시설을 지자체에서 건립·운영하더라도 학교장과 교사들 역시 사건·사고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배곧너나들이센터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윤갑천 교육부 교육시설과 사무관은 "탁 트인 구조로 (건물을) 만들고 사각지대를 없애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센터 1층은 필로티 구조 주차장을 만들어 외부인이 드나드는 모습이 학교 안팎에서 모두 보이도록 했고, 학교 담장도 낮춰 다양한 각도에서 학생들이 눈에 잘 띄도록 만들었다.

학교 내부에서는 2층 연결통로를 통해 학생들이 센터로 건너갈 수 있지만, 센터에서는 직원이 동행하지 않으면 학교로 들어갈 수 없다.

운동장 주변 가로등은 2∼3미터 간격으로 설치하고, 학교에 통상 20여대 설치하는 CCTV도 38대를 설치했다.

"학교복합시설, 학교와 함께 아이들 보듬는 '교육의 파트너'"
저출생으로 구도심과 비수도권의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와 학교가 공존하기 위한 학교복합시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5년간 200개 학교에 도서관·수영장·다목적실 등의 복합시설을 만들어 학생과 인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에 대비해 교육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범죄예방환경설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외부인이 학교로 유입되면 교육청별로 (복합시설) 설계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점검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라며 "또한 복합시설은 관리 주체가 교육청과 지자체로 이원화돼 있는데 CCTV만큼은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하는 등의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