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 광고 홍수…잦은 피습에도 "안전한 곳" 주장
'전쟁 여파 없다' 평온한 일상 연출하지만 관광객 여론은 '싸늘'
전운 몰려오는데…러 "새하얀 모래밭" 크림반도 관광 홍보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2014년 빼앗긴 크림반도 탈환을 공언해 반도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애써 태연한 듯 현지 관광 홍보에 나서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 소셜미디어에는 아조우해 휴양과 숙박시설을 광고하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새하얀 모래밭, 쿠바 스타일의 해변 술집, 질 좋은 편의시설 등이 크림반도 휴양의 매력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늘 전란이 우려되던 지역이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 흑해함대의 본부이자 우크라이나전 보급기지인 까닭에 개전 이후 수시로 공격받았다.

작년에는 항공기 기지가 폭발물 기습을 받고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대교가 일부 폭파되기도 했다.

지금도 해군시설, 철로, 유류 저장고 등 보급선은 끊임없이 드론(무인기) 공격에 노출되고 있다.

최근 들어 크림반도를 둘러싼 전운은 더 짙어졌다.

우크라이나는 영국에서 크림반도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를 지원받았다.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이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를 잇는 교량을 파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는 점점 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동부지역뿐만 아니라 남부 크림반도까지 되찾겠다고 탈환전 목표를 거듭 밝힌다.

러시아는 2014년 무력으로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 조작된 주민투표 결과를 들어 병합을 선언했다.

전운 몰려오는데…러 "새하얀 모래밭" 크림반도 관광 홍보
국제사회에서 크림반도를 합법적인 러시아 영토로 보는 국가는 북한, 시리아, 쿠바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개시한 대반격 작전에서 크림반도 고립을 핵심 과제로 설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남부 자포리자주에서 아조우해 근처까지 진격하면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로가 차단된다.

이는 안전후방을 없애고 러시아 침공의 상징적 점령지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전 판도에 미칠 영향이 크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이런 위험을 애써 저평가하며 크림반도가 여전히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자치공화국 수반은 "(우크라이나군의) 육지 침투 정황은 아직 없다"며 "더 멀리서 드론 공습을 막을 새 장비를 받았다"고 자신했다.

크림반도의 한 관광 가이드는 WP 인터뷰에서 "방어와 무기를 따지자면 여기가 러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론은 관광객들의 여론과 많이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러시아의 온라인 호텔 예약 사이트인 '오스트로보크'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체 호텔 예약 중 크림반도에서 이뤄진 건수는 1%에 불과하다.

이는 작년 3%, 재작년 19%에서 급감한 수치로, 크림반도 관광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안전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러시아 공식 통계를 보면 크림반도의 관광업체 60%가 작년에 전체 관광객 매출이 3분의 1로 급감하는 과정에 적자를 보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뒤 전쟁이 자국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WP는 자주 공습을 받는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 벨고로드 같은 지역에서도 지역민들이 안정적인 일상이 이어지는 모습을 연출하도록 러시아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