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안 이불, 장작, 부탄가스 등 온갖 살림살이 굴러다녀
제주시, 텐트 35동 철거하고 '행정대집행 계고서' 붙여

"텐트 철거를 시작하겠습니다.

소유자가 나중에 찾을 수 있으니 가위 등은 사용하지 마시고 온전하게 철거해 주세요.

"
[르포] '진짜 알박기였네' 해수욕장 방치 텐트 철거하다 망치 두동강
'알박기' 텐트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진행된 30일 오후 제주시 협재해수욕장.
철거 지침이 떨어지자마자 현장에 있던 시와 청년회 관계자 20여 명은 한눈에 봐도 오랫동안 방치돼 보이는 텐트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텐트 내부에는 매트에 이불, 장작까지 그야말로 온갖 살림살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텐트 밖으로 꺼낸 물건은 오래 방치돼 재사용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추후 소유자가 나타날 수도 있어 '폐기'가 아닌 '보관'으로 분류됐다.

[르포] '진짜 알박기였네' 해수욕장 방치 텐트 철거하다 망치 두동강
내부 물건을 꺼낸 뒤 텐트 해체가 시작됐다.

텐트가 오랫동안 한자리에 '알박기'한 상태라 철거 작업이 녹록지 않았다.

텐트를 고정해주는 '텐트 팩'이 땅에 깊이 박혀 있어 이를 땅에서 뽑던 중 망치가 두동강 나는가 하면 텐트를 고정하기 위해 나무와 연결된 줄이 삭아 푸는 데 오래 걸렸다.

이로 인해 텐트 1동을 철거하는 데만 20분이 넘게 소요됐다.

상황은 다른 텐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폭발 위험이 있는 부탄가스 여러 개가 굴러다니는 텐트도 있었다.

주변에서 철거 현장을 구경하던 야영장 이용객은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속이 후련하다"며 한 마디 했다.

[르포] '진짜 알박기였네' 해수욕장 방치 텐트 철거하다 망치 두동강
이날 협재와 금능 해수욕장 야영장에 방치됐다 철거된 텐트는 모두 35동으로, 지정된 장소로 옮겨져 혹시 나타날지도 모를 주인을 기다리게 된다.

철거된 '알박기' 텐트 자리에는 '귀하 소유 텐트와 물품을 6월 30일까지 철거하라고 명령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강제 철거했다'는 안내문과 법적근거 등이 적힌 제주시장 명의의 행정대집행 계고서가 붙었다.

시는 홈페이지와 게시판에 소유주를 찾는 공고 후에도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텐트와 물품을 공매하거나 폐기 처분한다.

아울러 시는 여름 성수기 동안 협재와 금능해수욕장 야영장을 유료로 전환해 운영한다.

지난 28일 해수욕장법과 관련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개정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행정 당국은 몇개월씩 걸리는 행정대집행 절차 없이 해수욕장의 원활한 관리 및 이용에 지장을 주는 방치 텐트를 즉시 철거할 수 있게 됐다.

시 관계자는 "협재·금능해수욕장뿐 아니라 관내 모든 해수욕장의 녹지공간이나 '야영장에 방치된 알박기 텐트들을 정리해 나가는 한편, 무료 주차장을 장기간 악용하는 캠핑카 등에 대해서도 조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르포] '진짜 알박기였네' 해수욕장 방치 텐트 철거하다 망치 두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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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