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사업 '기회소득' 속도…RE100 선도·100조원 투자유치 순항
경기국제공항 유치 등 주춤…도의회와 협치 난항에 '잠룡 행보' 논란도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취임 1년은 민선 8기 도정 슬로건인 '변화의 중심, 기회수도 경기' 실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시기로 요약된다.

전임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과 차별화한 '기회소득', 중앙정부보다 선도적으로 실천하는 '경기 RE100' 등의 정책은 안착했다는 평가다.

경기도 '김동연號' 출범 1년…'기회수도 경기' 토대 구축
경제부총리 출신 경제전문가로서 반도체 관련 글로벌기업의 잇단 유치와 10조원 투자 유치 등의 성과를 거뒀고, 긴급복지 핫라인으로 대표되는 민생 정책들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별도의 추진단까지 구성한 '경기국제공항 유치' 등 일부 공약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여야 동수'인 도의회와 협치는 여전히 난항이다.

수도권 유일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며 정부의 주요 정책에 쓴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지만 그만큼 '정치적' 행보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 예술인·장애인 '기회소득' 도입…외자만 10조원 유치
김 지사의 핵심사업인 '예술인·장애인 기회소득' 지원 조례안이 최근 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무난히 통과해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

중위소득 120% 이하 예술인에게 연간 150만원, 중증장애인에게 월 5만원씩 6개월간 모두 3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도는 이에 더해 기회소득 지원 대상을 플랫폼 노동자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회소득은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는 것으로, 이재명 전 지사의 '기본소득'과 차별화한 정책이다.

저소득 청년에게 외국대학 무료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도 본궤도에 올라 7~8월 3~4주간 미국 미시간대·뉴욕주립대 버팔로·워싱턴대, 호주 시드니대, 중국 푸단대 등 5개 해외 유명 대학에 200명을 보낸다.

민선 8기 출범 1년 만에 외자에서만 약 10조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임기 내 목표한 국내외 100조원 이상 투자유치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4위 장비 기업(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에이에스엠엘·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의 미래기술 연구소를 모두 유치했고,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해 유수 기업(온세미·린데 등)을 유치하는 등 도내 반도체 메가 벨트 구축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RE100 비전 선포를 통해 2026년까지 원전 6기 규모인 9GW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확충 계획을 발표하고, 28개 산하기관 전체에 태양광발전 설비 설치, LED 조명등 전면 교체 등 실행계획도 내놨다.

지난해 8월 수원 세모녀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4일 만에 '긴급복지 핫라인(☎ 010-4419-7722)'을 개설해 지난달 말까지 위기가구 1천841가구를 지원하는 등 복지사각 지대 발굴·지원에도 힘을 쏟았다.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직업훈련장애인 기회수당을 도입하고, 장애인 자산형성 지원을 위한 누림통장 대상자를 만 19세에서 만 19~21세로 확대하기도 했다.

정부의 공익형 노인일자리 축소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노인일자리를 9만개에서 올해 10만개로 늘렸고, 결식아동 급식지원 단가는 1식 7천원에서 8천원으로 상향했다.

경기도 '김동연號' 출범 1년…'기회수도 경기' 토대 구축
◇ 핵심 공약 '하세월'…도의회 협치 '가시밭길'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지난 16일 김 지사의 핵심 공약인 '경기국제공항 유치'와 관련한 조례안을 심사 보류했다.

도는 조례안이 도의회에서 처리되면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었는데 차질을 빚게 됐다.

김 지사는 경기국제공항이 수원 군공항 이전을 전제하지 않지만 여러 대안 중 하나로 배제할 수는 없다고 모호한 입장을 밝혀 찬반 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공약도 도의회의 특별위원회 구성이 미뤄지는 등 걸림돌이 적지 않은 상태다.

시·군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지난해 '민선 8기 경기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에서는 일부 시·군의 반대로 안건에 상정되지도 못한 바 있다.

'78 대 78' 여야 동수인 도의회와의 협치기구인 '여야정협의체'가 어렵게 구성됐지만, 공동과제 이행에 대한 실적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지난달 25일에는 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의원과 지미연 수석대변인이 여야정협의체에서 합의한 올해 본예산 집행 지연에 항의해 도지사 집무실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 전직 도의원과 김 지사 모교인 덕수상고 출신 인사들의 산하기관 임원 취업을 놓고도 마찰을 빚었다.

경기도 '김동연號' 출범 1년…'기회수도 경기' 토대 구축
◇ 외교적 네트워크도 과시…정치적 행보 논란
김 지사는 지난 4월 26일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경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와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양 지역 간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방한 중에 만난 고위급 인사는 한덕수 총리와 김 지사 2명에 불과했다.

또 주한 영국대사와 독일대사 등 세계 각국의 외교사절이 속속 김 지사를 예방하며 외교적 네트워크를 과시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이 김 지사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차기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른 그의 위상을 재차 확인해 줬다.

김 지사는 상대 당인 국민의힘 소속의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과 3자 협의체 회동을 주도하며 광역 교통망 구축 등 현안을 협의, 수도권 유일의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존재감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을 맞은 지난 3월 9일에는 대정부 호소문을 내 '일방적 국정운영, 사생결단식 여야 관계를 청산하라'고 촉구하는 등 정부의 주요 정책마다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경기지사직을 발판으로 그가 주창한 '정치교체'라는 큰 그림을 그리려는 포석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도의회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도정 소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