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시의원 추행에 폭언·갑질…'황제 수영'에 항공기 내 추태도
"심각한 일탈행위 철저히 징계하고, 부실 해외연수는 비용 반납케 해야"
[민선8기 1년] ③ 성 비위에 과잉 의전·갑질…구태 못 벗어나(끝)
[※편집자 주: 민선 8기가 내달 1일 출범 1년을 맞습니다.

지방권력의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전임자 정책이 폐기되고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개발 등 지자체 수장들의 야심 찬 사업도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여전한 구태와 갑질, 과잉 의전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민선 8기 1년을 되돌아보고, 남은 임기를 위한 개선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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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과 겸손, 시민과의 소통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우며 구태에서 벗어나겠다던 민선 8기가 출범 1년을 맞았다.

하지만 일부 단체장과 기초의회의 일탈행위가 잇따르면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일부 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성 비위와 과잉 의전, 갑질 논란에 휩싸여 유권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다.

부실 해외연수 논란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일탈 행위는 철저하게 징계하고, 부실 해외연수에 대해서는 비용을 반납케 하는 등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주민 섬긴다더니"…성 비위에 황제 의전, 갑질 '빈축'
26일 전국 시도와 지방의회 등에 따르면 경기 부천시의회에서는 최근 의정 연수에서 한 남성 시의원이 동료 여성 시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성 시의원은 지난달 10일 전남 순천시 식당에서 여성 시의원의 목을 팔로 끌어안거나 어깨를 손으로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한 의혹을 받는다.

해당 시의원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탈당하고 의원직도 내놨다.

[민선8기 1년] ③ 성 비위에 과잉 의전·갑질…구태 못 벗어나(끝)
부천시의회에서는 또 다른 시의원이 지난 4월 해외연수 중 다른 시의원에게 갑질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김경일 경기도 파주시장과 목진혁 파주시의원은 '황제 수영강습'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들은 파주시가 소유하고 민간업체가 위탁·운영하는 수영장에서 사람이 없는 수영장 점검시간을 틈타 수영장을 독점하고 강습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두 사람이 공무원 행동강령과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충북도의회 박지헌 의원은 지난 3월 유럽으로 연수를 가면서 항공기 내에서 술에 취해 승무원과 주변 승객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또 체코 프라하의 한 호텔 금연 객실에서 담배를 피웠다가 변상금을 물었다는 의심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근 전북도의원은 전북도 소속 공공기관인 전북경제통상진흥원에 10여 차례에 걸쳐 3만 쪽이 넘는 자료를 요구해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출직 공직자의 일탈행위를 줄일 수 있는 제도나 장치를 마련하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거나 향후 공천에서 영구 배제하는 등 선거에 아예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선8기 1년] ③ 성 비위에 과잉 의전·갑질…구태 못 벗어나(끝)
◇ 일정도 보고서도 베끼기?…끊임없는 '외유성 연수' 논란
부산참여연대가 모니터링한 결과 민선 8기 부산 기초의회 16곳 중 대부분은 지난해 7월 출범 후 지난해 말까지 5개월 사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올해 들어서도 기초의회 13곳이 추가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부산참여연대 측은 "해외출장 계획서를 보면 지역적 여건이나 환경이 전혀 다른 데도, 왜 앵무새처럼 각 자치구 실정에 맞는 발전방안을 찾는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해외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게 아니라 서로 출장 계획서를 벤치마킹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당수 기초의회는 공무원 여비 규정을 자의적이고 편의적으로 해석해 마음대로 출장 경비를 올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남 창원시의회에서는 지난 3∼4월 소관 업무가 다른 4개 상임위원회 소속 39명이 공무 국외연수 명목으로 모두 유럽을 다녀온 데다, 관광지 방문일정도 다수 포함돼 외유성 연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전시의회 의원들은 지난해 해외연수 후 작성한 보고서가 베끼기와 짜깁기 일색 아닌가 하는 논란에 휩싸였다.

인터넷 자료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베꼈고, 다른 기관의 국외 공무출장 결과보고서나 전임 시의원들의 보고서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샀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국가기념일인 제75주년 4·3 희생자 추념식 이후 줄줄이 해외 연수 출장길에 올라 눈총을 받았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4월 말 로마시의회 등 기관방문 목적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각 상임위원회가 호주, 몽골, 아랍에미리트 등지를 다녀왔다.

일부 상임위의 연수에는 제주도 공무원도 동행했는데, 도의회와 제주도가 각각 작성한 연수보고서가 문장의 어미 차이만 있을 뿐 첨부된 사진과 내용, 결론 등이 똑같아 부실 보고서라는 지적을 받았다.

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해외연수 결과 보고서가 부실하면 연수 비용을 반납하게 하거나, 윤리특위에서 징계하도록 하는 등 지방의회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유성 연수가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국회에서 정치개혁 과제로 포함해 강력한 통제 대책을 내놓는 것도 검토할만하다"고 제언했다.

(오수희 최은지 김준범 김선경 김동철 노승혁 전창해 황수빈 변지철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