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때 이자율을 제한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또 한 번 나왔다. 암호화폐는 돈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업과 이자제한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7-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가상자산 핀테크업체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가상자산 청구소송에서 최근 1심 판단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2020년 10월 B사에 3개월간 비트코인 30개를 빌려주는 계약을 맺었다. B사는 첫 2개월간 이자는 매달 원금의 5%에 해당하는 비트코인 1.5개, 그 다음달은 이자율 2.5%에 해당하는 비트코인 0.75개를 A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그 후 B사가 비트코인을 제대로 갚지 못하자 A사는 대여 기간을 2021년 4월까지로 늘리고 이자 조건도 연 10%에 해당하는 비트코인 0.246개를 매달 받는 것으로 변경했다.

기한 연장에도 B사가 계약 조건대로 상환하지 못하자 A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B사 측은 “A사가 이자제한법 및 대부업법을 위반했다”고 맞섰다. 월 5%와 2.5%의 이자율을 연간 단위로 환산하면 각각 60%, 30%로 법정 최고이자율인 연 24%를 초과하기 때문에 위법이란 논리다. B사는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지급한 이자는 원본(비트코인)을 갚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B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 계약의 대상은 금전이 아니라 가상자산이므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도 “계약상 이자율에 따라 계산한 비트코인을 인도하라”는 원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상법상 채무 법정이율은 법령에 위반됐을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인데 두 회사가 합의한 연 10%의 이율은 법령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