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대 요트가 생존자 104명 중 100명 구해…실종자는 500여명
NYT "기묘한 항로 공유"…'억만장자 5명 실종' 타이태닉 잠수정도 조명
바다 위 빈익빈 부익부…난민보트 구조한 건 지나가던 호화요트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그리스 난민선 침몰 당시 인근을 지나가던 호화요트가 생존자 대부분을 구조한 선박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바다 위에서까지 '빈익빈 부익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4일 새벽 고요한 지중해를 항해하던 1억7천500만달러(약 2천300억원) 호화요트 '마야퀸Ⅳ'은 한 구조신호를 접했다.

요트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난민선은 이미 가라앉은 후였고, 그리스 해안경비대의 수색 조명만이 아른거리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생존자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몇시간 만에 요트는 파키스탄,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을 떠나온 이민자 100명으로 가득 채워졌다.

생존자 104명 중 대부분이 호화요트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요트 선장 리처드 커크비는 구조된 생존자에게 옷과 물을 제공했고, 사망자의 시신 10여구도 수습해 요트에 태웠다.

생존자 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호화요트가 구조에 착수하기 전까지 난민선을 지켜보며 연락을 유지해온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왜 요트의 도움을 필요로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바다 위 빈익빈 부익부…난민보트 구조한 건 지나가던 호화요트
NYT는 최근 며칠간 바다 위에서 포착된 이러한 장면들은 전 세계 곳곳에 만연해있는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조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영장에 헬기장까지 겸비한 호화요트와 아이러니하게도 밀입국 난민선과 항로를 공유하는 현대 지중해의 기묘한 현실을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특히 마야퀸은 세계 최대 호화요트 '톱 100' 안에 꼽히는 유람선이라는 점에서 침몰한 난민선의 열악한 환경과 비교되며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난민선에 탑승한 이민자들은 폭력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식료품을 빼앗기는 등 학대를 당했고, 선창으로 밀려난 파키스탄인들과 여성 및 아이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 북대서양에서는 억만장자들이 타이태닉 잔해를 관광하기 위해 억대 요금을 지불하고 올라탄 잠수정이 실종되면서 역시 난민 참사와의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타이태닉 잠수정 관광 비용은 1인당 25만달러(약 3억4천만원)로 난민선 탑승 비용의 수십 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난민선 실종자는 50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잠수정 실종자는 5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