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주사 CVC 제도, 벤처투자 수요 창출에 기여"
'사내유보금으로 벤처투자' 일반지주사 CVC 12개, 2천억원 투자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제도 도입 1년 반 만에 12개 만들어졌다.

이들은 사내 유보금 등을 활용해 벤처기업에 2천억원 이상을 새롭게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이런 내용의 '2023년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CVC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벤처캐피탈을 의미한다.

원래 일반지주회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인 CVC를 소유할 수 없는데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일정한 요건에 따라 제한적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법 개정 이후 약 1년 반 동안 포스코기술투자, GS벤처스, 동원기술투자 등 12개의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가 탄생했다.

12개 사 중 8곳은 법 개정 이후 새로 설립됐고 3개사는 모회사가 CVC를 보유한 상태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1개 사는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내부로 편입됐다.

12개 사 중 7개가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이었다.

다만 이 가운데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지난 3월 해외 계열사에 매각돼 현재 운영 중인 지주회사 CVC는 11곳이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CVC 제도가 벤처투자 수요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CVC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 등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하므로 벤처기업이 대기업집단의 기술·경영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 등을 공유받고 질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들은 설립·전환 이후 130개 기업을 대상으로 2천118억원(171건)의 신규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조합(펀드)을 통한 간접 투자가 88.5%(1천875억원), 고유계정을 통한 직접 투자가 11.5%(243억원)를 차지했다.

일반지주회사 CVC가 신규 설립한 8개 펀드의 내부 출자 비중은 86.6%(총액 기준)로, 지주체제 편입 전부터 운영한 나머지 63개 펀드(37.3%)보다 내부 출자 비중이 높았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일반지주회사 CVC 보유 허용으로 기업집단 내 풍부한 유보자금이 벤처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내부 출자 비중이 법상 요건인 60%에 못 미치는 3개 펀드에 대해서는 제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공정위는 각 CVC의 재무·투자 현황을 고려할 때 부채비율(차입 한도 200% 이내), 내부 출자 비중(60% 이상), 해외 투자 비율(20% 이내) 등 현행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에 대한 행위 제한 규정이 국내외 벤처투자를 제약하지는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규제 완화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CVC 제도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에 악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벤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사항 여부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반지주회사 CVC가 신규 투자한 2천118억원 가운데 73.8%가 업력 7년 이하의 창업기업으로 유입됐다.

업종별로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에 대한 투자액(24.4%)이 가장 많았고 이어 자율주행·전기차를 비롯한 전기·기계·장비(11.8%), 이차전지 등이 포함되는 화학·소재(11.2%) 등의 순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