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에 영업비밀을 유출한 전 코닝정밀소재(옛 삼성코닝정밀소재) 직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이 증거를 보완해 3년여간 법정공방을 벌인 끝에 형사처벌을 받아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재판장 박정화 대법관)는 영업비밀 누설 등의 혐의를 받는 전 코닝정밀소재 직원인 A씨와 B씨에 대해 최근 원심대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A씨에게는 징역 2년, B씨에게는 벌금 200만원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3~2016년 코닝정밀소재의 액정표시장치(LCD)용 기판유리 제조에 관한 영업비밀을 중국 둥시그룹에 넘겨준 혐의를 받았다. 코닝정밀소재에서 일하다가 2013년 둥시그룹으로 이직한 A씨는 그해부터 2016년까지 코닝정밀소재의 기판유리 제조 공법을 보여주는 설계도면 9개 등 14개 영업비밀을 둥시그룹에 알려줬다. 2013~2014년에는 영업비밀이 담긴 문서를 통역인을 통해 전달하는 수법으로 영업비밀 78개를 빼돌렸다. B씨는 코닝정밀소재에서 근무하던 2014년 회사의 유리 절단공정에 필요한 수치를 A씨에게 알려준 혐의가 적용됐다.

이번 사건에선 특히 코닝정밀소재가 장기간 투자해 개발한 ‘퓨전 공법’과 관련된 성형기계 도면, 여러 수치 등이 유출된 데 따른 피해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퓨전 공법은 녹인 유리 용액을 수직으로 낙하시켜 냉각하는 기술이다. 코닝정밀소재는 이 공법으로 제조한 LCD용 기판유리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디스플레이업체에 판매해 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4675억원, 영업이익 585억원을 냈다.

이들은 2016년 11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검찰이 증거 보완과 법정공방 끝에 2심에서 판결을 뒤집었다. 수사를 맡았던 대전지방검찰청은 영업비밀 누설 시기와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했고, 영업비밀이 둥시그룹의 기존 라이선스 계약 범위에 없다는 사실 등을 새로 밝혀내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대법원에서도 이 같은 증거의 효력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과 같은 기술 유출 범죄에 관한 처벌이 앞으로 강화될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양형위원회를 열어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을 재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초대형 기술 유출을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대검찰청의 ‘기술 유출 범죄 양형 기준에 관한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8년간 기술 유출 관련 범죄로 재판(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496명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73명에 불과했다. 실형이라도 형량이 평균 징역 12개월에 그쳤다.

양형 기준이 현행법에서 규정한 형량보다 낮다 보니 처벌이 가볍고 기술 유출 범죄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양형 기준에서 해외로 기술을 빼돌린 범죄는 기본 징역 1년~3년6개월, 가중처벌을 하더라도 최장 징역 6년에 불과하다.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면 3년 이상 징역을 받는 산업기술보호법에 못 미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