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광고 없이 2800만 이용자 모은 이 회사의 영업비결 [긱스플러스]
[인터뷰: 박진영 루나소프트 대표]
유료 고객사만 3만8000곳
'사장님 모임' 다니며 네트워킹
일본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 준비
유료 고객사만 3만8000곳, 이용자 수 2800만명, 대표 고객사들의 연간 결제액 합계 16조원. 2016년 창업한 B2B SaaS 스타트업인 루나소프트 얘기다. 하지만 박진영 루나소프트 대표는 그 흔한 페이스북 광고 한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한경 긱스(Geeks)가 이커머스 분야에서 대표적인 비즈메시지·챗봇 서비스로 자리잡은 루나소프트의 박 대표를 만나 국내 사업을 정착시킨 과정과 일본 진출 계획을 들었다.
SNS광고 없이 2800만 이용자 모은 이 회사의 영업비결 [긱스플러스]
"창업 후 8년 간 그 흔한 페이스북 광고를 한 번도 해본적 없어요. 우리 제품을 사용한 쇼핑몰 사장님들 사이에서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 된다고 생각했죠."

이커머스 솔루션 스타트업인 루나소프트의 박진영 대표는 "광고로만 승부 보기보다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모임에 자주 가면서 대표님과 인연을 맺고 발로 뛰면서 고객사를 모았다""고객사들이 주변에 추천하고 제품이 알려지면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했다.

2016년 설립된 루나소프트는 쇼핑몰과 병원, 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비즈 메시지와 챗봇 등 고객과의 비대면 소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유료로 루나소프트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들만 3만8000곳이다. 국내 상위 100개 패션 쇼핑몰 중 80%가 루나소프트의 비즈 메시지 서비스 등을 활용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했을 때 고객이 받아보는 카카오톡 알림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네이버, 메타, 카페24 등과도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나 예약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알게 모르게 루나소프트의 서비스를 간접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루나소프트의 대표 고객사들이 만들어내는 연간 결제금액만 작년 기준 16조원"이라며 “이커머스 시장의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고객사들은 루나소프트의 B2B 솔루션을 통해 회사 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루나소프트가 발송하는 메시지를 받거나 챗봇을 이용했던 이용자만 2800만명. 고객을 어떻게 관리하고 소통할지 어려움을 겪는 쇼핑몰들을 위해 각 업체들의 고객 행동을 분석해 메시지 발송을 돕는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도 루나소프트의 대표 제품이다. 예컨대 방문자와 구매패턴, 장바구니 분석 등을 통해 방문이 뜸해진 충성고객을 상대로 다시 쇼핑몰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숨어있는 적립금을 쓰라고 권유하는 메세지, 장바구니에 넣어놓은 상품을 상기시키는 메시지 등도 고객에 맞춰 보낼 수 있다.

사업 초기 카카오톡 알림 서비스를 하면서 주요 쇼핑몰을 공략한 뒤 시장에 입소문이 나는 전략을 썼다. 박 대표는 "대부분의 쇼핑몰 대표님은 모니터링을 위해 경쟁사에 회원 가입을 하고 지켜본다""잘나가는 쇼핑몰들 수십곳을 먼저 선점해서 그 안에서 메시지 서비스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쇼핑몰까지 퍼져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 전 쇼핑몰 통합관리 전문회사인 핌즈에서 일하며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이해를 쌓았던 게 주효했다. 그는 "여러 신사업 아이디어를 고객사들이 주신다"며 "고객사가 던져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게 루나소프트가 해온 일"이라고 했다.

루나소프트는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K-패션 플랫폼 디홀릭과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일본을 첫 공략지로 택한 건 이커머스 시장 규모에 비해 IT화가 상대적으로 더디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일본 이커머스의 사스(SaaS) 보급률이 한국의 35%밖에 안돼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며 "IT로 수출하는 B2B 시장 K-사스 대표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인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루나소프트의 주요 고객사 구성은.
A. 온라인 쇼핑몰이 65%다. 이 중에서도 패션 잡화, 코스메틱 등이 70% 정도고, 30%는 나머지 분야다. 전체 카테고리에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나머지 35%는 병원 항공 여행 분야다.
SNS광고 없이 2800만 이용자 모은 이 회사의 영업비결 [긱스플러스]
Q. 업종마다 제공되는 서비스 방식도 다른가.
A. 그렇다. 이커머스는 배송 정보, 상품 문의에 대한 요청이 많다면 병원 쪽은 챗봇 상담이 굉장히 길다는 특징이 있다. 자세하게 사진도 주고받아야 하는 등의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이커머스와는 다른 시나리오가 필요한 부분이다. 여행 분야는 예약제다 보니 항공권이나 숙박시설 등 여러 예약에 대한 날짜와 시간이 충돌되지 않게 빠르게 알려주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Q. 페이스북 등 SNS 광고를 안한 이유가 있나.
A. 처음에는 돈도 없었고, 광고로 승부를 보고 싶지 않았다. 자사 키워드를 네이버에 올리는 정도의 마케팅만 했다. 실제로 고객사를 늘려줬던 건 고객사 입소문, 추천이었다. 초반엔 광고 지출 비용보다 오히려 대표님들하고 술 먹는 비용이 더 나갔다. 어찌보면 그게 루나소프트의 마케팅 비용이었다. 행사 자리와 모임에 자주 참석해서 지속적으로 고객사들의 얼굴 보면서 네트워킹한 게 통했다.

Q. 입소문이 잘 날 수 있는 분위기인가.
A. 대부분의 쇼핑몰들은 경쟁 쇼핑몰에 회원가입이 돼있다. 경쟁사를 모니터링하고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잘나가는 쇼핑몰 20개 정도를 우선 선점해서 그 안에서 메시지 서비스 등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다른 쇼핑몰들이 이를 벤치마킹해 정보를 취득하게 된다. 메시지 맨 하단에 조그맣게 '해당 서비스는 루나소프트에서 제공됩니다'라는 문장만 넣어줘도 나머지 업체들이 루나소프트의 서비스를 알게 된다.

Q. 챗봇 시장에서 루나소프트의 경쟁력은.
A. 웹 채팅이 아닌 앱 채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를 세울 때부터 웹 채팅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카카오톡, 미국 왓츠앱 등 각 국가에서 활성화된 커뮤니케이션 앱을 이용한 채팅을 쓰면 기업과 고객의 대화 딜리버리가 굉장히 빨라진다. 예컨대 웹에선 고객의 질문에 기업이 늦게 답하고, 그 답변을 고객이 다음날 확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엡에선 이와 달리 속도가 빠르다. 또 루나소프트 제품을 이용하는 이커머스 업체가 많기 때문에 커머스 쪽 경험과 이해가 높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Q.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의 트렌드는.
A. 코로나19 기간 이커머스 업체들은 극성수기를 맞이했다. 2~3년만에 갑자기 성장하다보니 많은 업체들이 코로나라는 특수성을 보지 못하고 '우리 원래 잘 했어'라고 생각해서 인력을 대거 늘렸던 경우가 많다. 그러다 이제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매출 성장세가 다소 꺾이는 상황면서 '우리가 잘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네'라는 점을 많은 업체들이 느끼고 있는 시점이다. 이렇게 매출 추세에 변화가 있을 때 인력 채용이 아닌 B2B 솔루션을 통해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다.
최근 열린 스타트업 행사 '넥스트라이즈2023'의 해외진출 스타트업 피칭대회 GBEC(Global Business Expansion Contest) 2023의 최종 선발 기업으로 선정된 루나소프트.
최근 열린 스타트업 행사 '넥스트라이즈2023'의 해외진출 스타트업 피칭대회 GBEC(Global Business Expansion Contest) 2023의 최종 선발 기업으로 선정된 루나소프트.
Q.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인데 배경은.
A. 일본은 이커머스 시장이 한국의 2배 이상 큰 데 비해 IT소프트웨어 보급률은 많이 떨어져있다. 예컨대 한국 커머스 업체들은 대부분 적어도 1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쓰고 3개 이상 쓰는 곳도 많다. 반면 일본 같은 경우는 사스 보급률이 한국과 비교했을 때 한 35% 정도밖에 안 된다. 한국의 B2B 사스 기업 입장에선 일본의 이커머스 시장이 단순히 한국의 2배 정도 되는 시장이 아니라 10배 큰 시장으로 보인다.

Q. 일본 이커머스 시장의 특징도 있을까.
고객이 한 쇼핑몰에서 구매를 시작하면 거의 5년 이상, 10년, 20년 그 쇼핑몰에서만 구매하는 충성도 있는 고객들이 한국보다 많다. 한국에선 그런 충성 회원이 100명 중 10명이라면, 일본은 38명 정도 된다. 그래서 제품을 만들 때도 한국은 커머스 챗봇을 만든다면 CS챗봇을 만든다. 한국 고객들은 고객센터에 질문할 때 질문의 60%가 '배송 언제 와요?' '반품하고 싶어요' 이런 거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CS 관련 질문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일본 서비스를 만들면서 충성도 있는 고객에 어떻게 신상품을 안내할지 같은 광고 메시지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Q. 2019년부터 일본 진출을 준비했는데 잘 안됐던 이유는.
A. B2B 시장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땐 현지 기업하고 얘기했을 때 '너넨 외국 기업이잖아. 우린 자국기업을 쓸거야' 또는 '우리랑 뭔가 하고 싶으면 일본의 기업을 통해서 들어와라' 같은 반응이었다. 외국 IT회사를 우회적으로 거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한 2~3년 사이에 많이 문이 열린 것 같다.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과 관련한 이커머스 회사들의 고민.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과 관련한 이커머스 회사들의 고민.
Q 해외 진출 외에 강화하고 싶은 부분은.
A. 한국인들 중에 루나소프트의 메시지나 챗봇을 이용했던 유저가 2800만명이다. 이 데이터를 라벨링해서 조금 더 정교한 타깃팅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비용 대비 매출 효과가 큰 타깃형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예컨대 '특정 디바이스에 특정 그룹 안에 있는 유저들은 어떤 시간대의 어떤 제품을 구매한다'는 정보를 가지고 메시지를 타깃화하는 것이다.

Q. 루나소프트의 목표는.
A. 처음 창업했을 때 바랐던 게 루나소프트 직원들이 명절 때 친척 집에 가서 '나 루나소프트 다녀' 하면 고모나 이모들이 알 정도로, 직원들이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는 유명한 회사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커머스를 한다는 분 10명 중에 9명은 알고 있는 회사가 됐다. 이제 한국에서 1차 목표를 달성했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직원들이 프라이드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고은이 기자 koko@han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