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잣돈 끌어모아 남의 묘지 산다고?…소액경매 빠진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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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값에 내 집 마련이 최종목표"…경매공부 삼매경
자금 모자라…'저가' 임야·지분투자·외곽아파트에 관심
전문가 "경매 물건, 권리관계 복잡…투자금 묶일 수도"
자본금이 적은 20·30세대들이 경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40·50대 등 기존 부동산 주력 투자자보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주로 경매 시장에서 소액 투자 물건을 찾으려고 한다. 수억원의 목돈이 필요한 서울 아파트보다는 여러 번 유찰된 경기권 아파트나 몇천만원으로 입찰할 수 있는 토지 등이 주요 관심 대상이다.
부동산 투자 경험이 적은 젊은 층이 일확천금을 노리기엔 경매 시장의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저가 매물은 권리관계가 복잡하기 일쑤라 자칫하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장기간 투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는 조언이다. 젊은 층이 관심을 갖는 경매 시장 물건과 주의점 등을 알아봤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1.1%로, 전달(76.5%)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80%대를 회복한 건 작년 11월(83.6%) 후 6개월 만이다. 경기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74.5%로, 전달(74.1%)과 비슷했다. 인천 아파트는 72.8%로 전달(70.2%)보다 2.6%포인트 올랐다. 지방 광역시 중에서는 광주와 부산, 대구 아파트 낙찰가율이 상승했다. 광주 아파트 낙찰가율은 77.8%로, 전달(75.1%)에 비해 2.7%포인트 올랐다. 부산(73.3%)과 대구(73.1%)는 1.6%포인트씩 뛰었다. 울산 아파트 낙찰가율은 76.2%로 전달(79.0%)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대전은 73.9%로 전달보다 0.8%포인트 내려갔다.
경매 시장의 회복세를 견인하는 건 수도권 외곽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라는 분석이다. 물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지역 고가 아파트의 영향도 크지만, 응찰자가 많이 몰리는 물건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 아파트다. 20·30세대가 '내집 마련'을 위해 노리는 아파트도 주로 수도권 외곽에 몰려 있다. 입찰 경쟁률을 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달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A아파트(전용면적 74㎡)는 감정가(4억9400만원)의 68.4%인 3억3700여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가 64명이나 몰렸다. 경기 남양주 다산동의 B아파트 전용 84㎡도 감정가(10억100만원)의 68.2%인 6억8000여만원에 매각됐다. 60명이 입찰에 나섰다. 지난달 5억4700여만원(낙찰가율 71.9%)에 새 주인을 찾은 경기 김포시 풍무동 C아파트 전용 84㎡도 응찰자가 59명에 이르렀다. 지난달 전국 응찰자 수 상위 10곳 가운데 7곳이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수도권 외곽 중에서도 거주 여건이 좋은 신축아파트의 인기가 높다”며 “매매 시장보다 더 낮은 가격에 내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입찰 경쟁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 일부 지분(0.8㎡) 매각에 19명이 응찰했다. 감정가(0.8㎡ 기준 2700여만원)의 138%인 3800여만원에 낙찰됐다.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 1가구를 매입하는 대신 경매 시장에 나온 지분을 사는 것이다.
묘지도 공략 대상 중 하나다. 묘지가 있는 땅은 가족이 공동으로 소유한 경우가 많아 묘지가 포함된 땅을 시세보다 싸게 낙찰받아 가족에게 웃돈을 얹어 되파는 방식이다. 목요일 저녁마다 강남의 한 경매학원에서 공부 중인 30대 직장인 김모씨(33)도 묘지와 공터 물건을 찾고 있다. 김씨는 “수도권 외곽 아파트도 몇억원씩 하기 때문에 시드머니가 부족한 사람에겐 어려운 투자 대상”이라며 “가격이 저렴한 묘지와 공터를 집중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건이 좋은 물건을 발견하지 못해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투자 성공 사례를 보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주택보다 가격대가 낮은 토지도 관심을 끈다. 지난달 최다 응찰자를 기록한 물건은 전남 장흥군 관산읍 토지(임야 1675㎡)로 150명이 입찰했다. 자연림에 둘러싸여 있고, 왕복 2차로에 접한 땅이다. 바다가 조망되는 토지인데, 감정가(1100여만원)가 1000만원 초반으로 소액 투자자들도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라서 인기를 끌었다는 평가다. 낙찰가율 477.3%인 5600여만원에 팔렸다.
하지만 경매 시장에서 고수익을 얻는 건 쉽지 않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예컨대 경매 학원에선 ‘지분을 낙찰받은 후 공유자에게 웃돈을 받고 팔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되파는 과정이 복잡하다. 지분을 낙찰받은 뒤 다른 공유자가 나머지 지분을 사지 않으면 법원에 공유물분할 청구 소송을 내야 한다.
가격분할 판결이 떨어지면 다른 공유자의 지분까지 합쳐 경매가 다시 이뤄지고 낙찰금을 지분만큼 나눠 가진다. 물건에 따라 다르지만, 협의와 소송 과정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권리관계가 복잡해 공유자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물건도 있다. 한 경매 전문가는 “지분 투자한 물건은 처분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투자보다 매물에 대해 더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자금 모자라…'저가' 임야·지분투자·외곽아파트에 관심
전문가 "경매 물건, 권리관계 복잡…투자금 묶일 수도"
올해 입사 3년 차인 회사원 이모씨(29)는 두 달째 온라인 경매 수업을 듣고 있다. 주말에는 한 친구의 추천으로 경매 스터디에도 나간다. 이씨는 "아직 구체적인 매수 계획은 없지만 경매 지식을 쌓아두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공부를 시작했다"며 "경매를 통해 집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자본금이 적은 20·30세대들이 경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40·50대 등 기존 부동산 주력 투자자보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주로 경매 시장에서 소액 투자 물건을 찾으려고 한다. 수억원의 목돈이 필요한 서울 아파트보다는 여러 번 유찰된 경기권 아파트나 몇천만원으로 입찰할 수 있는 토지 등이 주요 관심 대상이다.
부동산 투자 경험이 적은 젊은 층이 일확천금을 노리기엔 경매 시장의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저가 매물은 권리관계가 복잡하기 일쑤라 자칫하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장기간 투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는 조언이다. 젊은 층이 관심을 갖는 경매 시장 물건과 주의점 등을 알아봤다.
‘반값’ 외곽 아파트에 수십명씩 몰려
올해 들어 경매 시장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의 ‘2023년 5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달(75.0%) 대비 0.9%포인트 오른 75.9%를 기록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75%대에 머물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1.1%로, 전달(76.5%)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80%대를 회복한 건 작년 11월(83.6%) 후 6개월 만이다. 경기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74.5%로, 전달(74.1%)과 비슷했다. 인천 아파트는 72.8%로 전달(70.2%)보다 2.6%포인트 올랐다. 지방 광역시 중에서는 광주와 부산, 대구 아파트 낙찰가율이 상승했다. 광주 아파트 낙찰가율은 77.8%로, 전달(75.1%)에 비해 2.7%포인트 올랐다. 부산(73.3%)과 대구(73.1%)는 1.6%포인트씩 뛰었다. 울산 아파트 낙찰가율은 76.2%로 전달(79.0%)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대전은 73.9%로 전달보다 0.8%포인트 내려갔다.
경매 시장의 회복세를 견인하는 건 수도권 외곽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라는 분석이다. 물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지역 고가 아파트의 영향도 크지만, 응찰자가 많이 몰리는 물건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 아파트다. 20·30세대가 '내집 마련'을 위해 노리는 아파트도 주로 수도권 외곽에 몰려 있다. 입찰 경쟁률을 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달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A아파트(전용면적 74㎡)는 감정가(4억9400만원)의 68.4%인 3억3700여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가 64명이나 몰렸다. 경기 남양주 다산동의 B아파트 전용 84㎡도 감정가(10억100만원)의 68.2%인 6억8000여만원에 매각됐다. 60명이 입찰에 나섰다. 지난달 5억4700여만원(낙찰가율 71.9%)에 새 주인을 찾은 경기 김포시 풍무동 C아파트 전용 84㎡도 응찰자가 59명에 이르렀다. 지난달 전국 응찰자 수 상위 10곳 가운데 7곳이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수도권 외곽 중에서도 거주 여건이 좋은 신축아파트의 인기가 높다”며 “매매 시장보다 더 낮은 가격에 내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입찰 경쟁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분투자 인기? … 잘못하면 소송까지
시드머니(종잣돈)가 부족한 젊은 층은 수천만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경매 물건을 주로 찾는다. 대표적인 게 지분 투자다. 여러 명의 공유자가 지분을 나눠 가진 물건인데, 이 중 일부만 경매에 나온 경우다. 일반적으로 지분 투자는 경매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지만, 요즘엔 소액 투자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 일부 지분(0.8㎡) 매각에 19명이 응찰했다. 감정가(0.8㎡ 기준 2700여만원)의 138%인 3800여만원에 낙찰됐다.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 1가구를 매입하는 대신 경매 시장에 나온 지분을 사는 것이다.
묘지도 공략 대상 중 하나다. 묘지가 있는 땅은 가족이 공동으로 소유한 경우가 많아 묘지가 포함된 땅을 시세보다 싸게 낙찰받아 가족에게 웃돈을 얹어 되파는 방식이다. 목요일 저녁마다 강남의 한 경매학원에서 공부 중인 30대 직장인 김모씨(33)도 묘지와 공터 물건을 찾고 있다. 김씨는 “수도권 외곽 아파트도 몇억원씩 하기 때문에 시드머니가 부족한 사람에겐 어려운 투자 대상”이라며 “가격이 저렴한 묘지와 공터를 집중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건이 좋은 물건을 발견하지 못해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투자 성공 사례를 보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주택보다 가격대가 낮은 토지도 관심을 끈다. 지난달 최다 응찰자를 기록한 물건은 전남 장흥군 관산읍 토지(임야 1675㎡)로 150명이 입찰했다. 자연림에 둘러싸여 있고, 왕복 2차로에 접한 땅이다. 바다가 조망되는 토지인데, 감정가(1100여만원)가 1000만원 초반으로 소액 투자자들도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라서 인기를 끌었다는 평가다. 낙찰가율 477.3%인 5600여만원에 팔렸다.
하지만 경매 시장에서 고수익을 얻는 건 쉽지 않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예컨대 경매 학원에선 ‘지분을 낙찰받은 후 공유자에게 웃돈을 받고 팔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되파는 과정이 복잡하다. 지분을 낙찰받은 뒤 다른 공유자가 나머지 지분을 사지 않으면 법원에 공유물분할 청구 소송을 내야 한다.
가격분할 판결이 떨어지면 다른 공유자의 지분까지 합쳐 경매가 다시 이뤄지고 낙찰금을 지분만큼 나눠 가진다. 물건에 따라 다르지만, 협의와 소송 과정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권리관계가 복잡해 공유자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물건도 있다. 한 경매 전문가는 “지분 투자한 물건은 처분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투자보다 매물에 대해 더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