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딸기를 여름에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겨울과 봄에만 먹던 딸기는 앞으로 사계절 과일로 자리잡을 겁니다.”
'신품종' 여름딸기, 판교 현대百서만 팔리는 까닭
9일 충남 홍성군 갈산면에 있는 1320㎡(4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는 한낮 25도의 더위에도 빨갛게 익은 딸기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이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최이영 농업회사법인 헤테로 대표는 “더위에도 잘 견디는 신품종 ‘크런치베리’를 이달부터 현대백화점에 납품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크런치베리는 민간이 개발한 딸기 신품종 가운데 시중 유통에 성공한 첫 사례다.

헤테로가 올해 첫 납품을 시작한 크런치베리는 장희 딸기에 야생 딸기를 접붙여 육성한 신품종이다. 과육이 단단하고 색깔이 진하며 더위에 잘 견디는 것이 특징이다. 시설 재배를 통해 12월부터 6월 중순까지 수확할 수 있다. 당도는 평균 10.5브릭스로, 겨울딸기의 대표 품종인 설향(10브릭스)보다 0.5브릭스 높다.

크런치베리를 판매하는 곳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유일하다. 신품종이다 보니 물량이 많지는 않다. 판교점에서 판매하는 물량도 하루 25㎏이 전부다. 판매가격은 250g당 7500원으로, 일반 설향 딸기 대비 50%가량 비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딸기는 고온에 약해 5월에 접어들면 과육이 무르는 등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전국 백화점 중 딸기를 판매하고 있는 곳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는 신품종인 설향, 금실, 죽향은 모두 충남농업기술원, 경남농업기술원, 담양군농업기술센터 등 지방자치단체가 연구개발한 품종이다. 크런치베리는 민간 법인인 헤테로가 2012년부터 개발해 상품화에 성공한 첫 품종이다.

현대백화점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크런치베리에 ‘러브콜’을 보낸 건 새로운 과일 품종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올해 1~5월 현대백화점의 신품종 청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2021년과 2022년 신품종 매출 역시 전년 대비 각각 11%, 15% 늘었다.

최근 쿠팡, 이마트 등이 빠른 배송을 앞세워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상품’에 관심이 높은 백화점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신품종 확보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판교점은 신품종 과일 수요가 높은 점포여서 크런치베리 단독 판매처로 낙점됐다. 서원 현대백화점 신선식품팀 청과물 바이어는 “판교 상권에는 소득이 높은 30~40대 소비자가 많다”며 “이들은 트렌드에 민감해 신품종에 대한 반응을 모니터링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홍성=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