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모습.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모습. 사진=뉴스1
부동산 침체기 동안 유찰이 반복되며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보류지가 최근 주인을 찾고 있다. 낮아진 보류지 가격과 비교해 주변 시세가 크게 오른 데다가 번거로운 청약 과정이 필요 없는 탓에 다시 ‘귀한 몸’이 된 것이다. 강남권에서는 최근 보류지 펜트하우스가 70억원에 거래되는 등 고가 보류지도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모양새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전용면적 185㎡ 펜트하우스 보류지를 70억원에 매각했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펜트하우스 보류지 매물이었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 펜트하우스 보류지 매물을 70억원에 매각했다”며 “애초 매각에 나섰던 15가구 중 14가구 매각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합은 현재 전용면적 114㎡ 복층 가구를 보류지로 남겨놓고 있다. 최저 입찰 가격은 40억원으로 알려졌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조합원 변경과 소송 등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보류지를 모두 매각해야 재건축 이후 조합은 청산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보류지 매각이 난항을 겪으며 조합들도 청산 절차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조합은 지난해 10월부터 보류지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 탓에 실제 매각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보류지 펜트하우스 매물 2가구는 공고 기준으로 최저 입찰가격이 각각 85억원과 95억원이었다. 앞서 매각된 펜트하우스 보류지는 82억원에 거래됐다. 이번에 매각된 펜트하우스 보류지와 비교하면 10억원 이상 할인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에 보류지가 매각됐다고 평가한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단지 내 펜트하우스 매물의 평균 호가가 75억원”이라며 “70억원에 매각이 이뤄졌으면 향후 5~10억원 차익을 남길 수도 있는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역시 “보류지 가격이 그간 많이 하락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가격까지 내려간 것으로 본다”며 “반대로 일반 매물 호가는 올라가고 있어 향후 시세차익이 예상된다”고 했다.

사정은 서울 내 다른 보류지도 마찬가지다. 조합들이 최근 보류지 가격을 낮춘 반면, 부동산 시장은 회복세에 접어들어 다시 보류지의 매력이 높아졌다.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염리3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2단지 전용면적 59㎡ 보류지를 11억9000만원에 매각하며 갖고 있던 8가구를 완판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3월 첫 공고 당시 한 가구만 매각에 성공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첫 공고 당시 보류지 가격은 14억원이었다.

유찰을 거듭했던 강남구 르엘 대치(대치 2지구 재건축) 조합 역시 보류지 완판에 성공했다. 최근 전용 59㎡ 보류지를 19억2600만원에 매각했다. 77㎡ 물건 역시 23억7600만원에 매각했다. 첫 공고 당시 보류지 가격이 각각 23억5400만원, 29억4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5억원 이상 할인 매각됐다.

조합이 보유 중이던 보류지가 빠르게 소진되며 오히려 몸값은 다시 오르는 상황이다. 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로부터 보류지 매각 가격을 더 높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듣고 있다”며 “매각 가격이 곧 조합원의 분담금을 결정하다 보니 너무 낮게 팔아도 비판이 거세다”고 했다.

시장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며 보류지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요 신축 단지의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크고 보류지는 청약 자격 등에서 자유롭다”며 “향후 높아진 시장 가격을 예상한 보류지 매수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