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광업등록 후 1960~1980년대 전성기 연간 70만t 생산
산업전사 역할 톡톡…흥망성쇠 거치며 2021년 폐광 결정

[※ 편집자 주 = 118년을 이어온 전남 화순탄광이 오는 30일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시대환경 변화에 따른 예견된 일이라지만 정작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못내 아쉬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연합뉴스는 폐광을 앞둔 화순탄광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보는 4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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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화순탄광] ③ 경제발전 118년 품고 역사의 뒤안길로
전남에서 유일한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화순탄광)는 일제강점기부터 탄광으로 운영돼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견인했다.

호황기를 누리던 1960년대에는 삼척·영월·음성 탄광과 함께 4대 탄광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산업 최일선에서 방직 공장 등에 석탄을 공급하며 연료 공급원의 역할을 톡톡히 했고, 수도권과 광주·전남 주민들의 보금자리를 따스하게 지폈다.

그러나 채산성이 떨어지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영원할 것 같던 탄광의 영광은 118년 만에 막을 내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 산간마을 오지가 전남 유일 탄광촌으로 변모
전남 화순군 동면 복암리 일대에 자리한 화순탄광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인 박현경이 1905년 광업권을 등록했지만, 채굴까지 실행하지는 못했다.

29년간 산간마을 오지로 남겨진 화순탄광은 1934년 광업권을 매입한 일본인이 탄광으로 개발하며 본격적인 채굴의 서막을 열었다.

면방직 공장인 종연 방적이 종연 광업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채굴이 뒤이어 시작되자 인근에는 석탄 수송을 위한 철도가 놓였다.

[아듀 화순탄광] ③ 경제발전 118년 품고 역사의 뒤안길로
해방 직후 일본인들이 대거 떠나면서 산업 발전의 불씨만 지핀 산간마을 오지는 다시 한번 주인 없는 땅으로 남았다.

비어 있는 탄광 땅에 먹고 살 것을 찾는 한국인 광부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이내 입소문을 탔고, 이들은 자체적으로 탄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1945년 미군정이 시작될 무렵 중구난방 쪼개져 있던 탄광이 하나로 통합돼 현재의 화순탄광 모습을 갖추게 됐다.

◇ 국내 경제 발전과 나란히 우상향 성장
본격적인 채굴이 시작된 지 27년이 지난 1961년 산업화 시기 정부의 석탄·광업 육성 정책과 맞물리며 화순탄광 석탄 생산량은 연간 60만t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 곡선은 1989년 70만5천50t이라는 최대 생산량의 정점을 찍었다.

이 시절 화순탄광은 강원 산골에 위치한 삼척, 영월, 음성 탄광과 채탄량이 많은 4대 탄광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곳에서 채굴한 석탄은 서울 주거지역까지 가정용 연탄 등의 연료로 공급됐고, 전남 방직 공장의 연료로도 공급돼 면직물 생산에도 동력이 됐다.

광부들은 산업전사로 불리며 당시 공무원보다 3배 많은 월급을 받으며 우대받았다.

[아듀 화순탄광] ③ 경제발전 118년 품고 역사의 뒤안길로
광부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모이자 전남 화순군 동면 오동리 천운마을부터 복암리 구암마을까지 2㎞에 달하는 이 마을은 탄광마을로 변모했다.

탄광 간부들을 위한 사택이 지어지더니 영화관과 병원이 나란히 들어섰고, 탄광 노동자 1천700여명이 머무를 수 있는 아파트도 세워졌다.

월급날이면 일대에 조성된 술집과 식당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호황기를 누렸다.

◇ '연이은 악재'…결국 쇠퇴의 길로
대한민국 석탄 산업과 궤를 같이한 화순탄광은 1980년대 이후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생산량 급증이라는 기염을 토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고자 단순 생산에만 치중한 탓에 부작용도 나타났다.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지하 수백m까지 파고 내려가는 갱내 심부화로 노동 여건은 더욱 악화했다.

석탄 대신 석유가 주연료로 사용되며 채산성이 급감하자 정부는 1988년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축소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석탄 산업 종말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시설투자와 인력 충원 없는 기나긴 세월 동안 탄광의 규모는 조금씩 축소되며 광부들은 떠나고 마을 인구도 급감했다.

현재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탄광과 집성촌의 흔적만 조금 남아있을 뿐이다.

[아듀 화순탄광] ③ 경제발전 118년 품고 역사의 뒤안길로
정부는 2021년 12월 석탄산업 장기계획에 따라,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화순탄광과 강원 2곳의 탄광(장성·도계)을 폐광하기로 결정했다.

석탄 1t당 공급 단가는 14만~15만원 선, 생산 단가는 42만~43만원으로 채산성도 크게 떨어졌다.

직장을 잃게 된 광부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조기 폐광 대책을 요구했다.

1년 넘는 투쟁과 협상이 이어진 끝에 일종의 명예퇴직금인 특별위로금을 정년 잔여 일에 따라 지급하는 것으로 올해 4월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화순탄광 폐광이 최종 결정됐다.

노사 합의에 따라 화순광업소 소속 광부들은 이달 30일자로 모두 퇴사하고 화순탄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손병진 화순광업소 노조위원장은 "한때는 산업 전사라고 부르며 생산을 독려하다가 이제는 필요 없어졌다고 버려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된 광부들의 일자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