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차질 빚나…근로자위원, 고공 농성 중 체포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간부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해당 간부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활동 중인 사실이 밝혀졌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위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간신히 정상 운용되고 있는 최저임금위가 재차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최저임금위 근로자 위원들은 긴급 성명을 통해 “(부상을 입은) 김준영 위원은 그 누구보다 최저임금위에서 최저임금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섰다”며 “김준영 위원 연행으로 그의 향후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참여도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근로자위원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 자격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 중이다.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그를 유치장에 가둬두는 것에 대해서 용납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경찰이 하루빨리 최저임금노동자를 대표해 심의에 참여하는 김준영 위원을 조속히 석방하길 강력히 요청한다”로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위원회에도 “앞으로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를 비롯한 회의 파행의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 있다”며 “대표적인 사회적대화 기구의 구성원인 그의 석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024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는 내달 8일 3차 회의가 예정돼 있다. 주요 쟁점인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지만, 이번 논란으로 파행 운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전남 순천경찰서는 이날 오전 5시 30분경 김준영 위원을 특수공무 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전남 광양 금호동의 광양제철소 앞에선 포스코 하청 근로자 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4월 24일부터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김준영 위원이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물리적 충돌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한편 전날에도 경찰은 현장서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고공 농성장 주변으로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경찰과 소방 요원을 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