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뿐만 아니라 지방세도 ‘세수 펑크’ 사태에 직면했다.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 거래 부진 여파가 지방자치단체 곳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기간 추가경정을 거듭하며 예산 규모를 늘려온 지자체들은 긴급히 지출을 조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30일 3조408억원 규모 올해 첫 추경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가 작년 말 잡아놨던 올해 예산안은 47조2420억원인데, 6.4%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다.

부동산 한파에 서울마저 총예산 감소

稅收 펑크 난 지자체…서울도 '예산 다이어트'
지난해 서울시 최종 예산은 52조3072억원으로 두 차례 추경 등에서 최초 예산보다 8조원 넘게 불어났다. 하지만 올해는 추경 규모가 종전에 비해 크게 줄면서 최종 예산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코로나19 기간 서울시는 해마다 2~4차례 추경(간주처리예산 포함)을 통해 5조6881억원(2020년), 6조5413억원(2021년), 8조882억원(2022년)을 확보했다. 올해도 2차 추경이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2차 추경을 마음대로 할 만한 여건도 아니다.

올해 추경 규모가 줄어든 것은 일단 세수가 부족해서다. 정수용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올해 4월 말 기준 지방세 징수 실적이 전년 동기에 비해 1조3390억원 줄어들었다”며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가 가파르게 상승한 공시가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면서 부동산 보유세 예상 수입이 크게 줄었다. 서울시는 올해 예상 지방세 수입을 8767억원 줄여 다시 계산(감추경)했다. 재산세가 7696억원 줄어들고, 세외수입도 1071억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대신 전년에 쓰고 남은 돈(순세계잉여금) 중에서 재정안정화기금으로 갈 부분을 덜 남기고(3조7576억원), 국고보조금(1781억원) 등을 받아서 필요한 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내버스 적자 보전 등에 사용

서울시는 당초 추경 규모를 이보다 더 작은 수준으로 계획했으나, 교통 관련 자금 집행 필요성이 커져 최종 규모를 3조원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추경 씀씀이 내용을 보면 교통요금 인상 억제에 따른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 지원 금액(4800억원), 서울교통공사 지원(3050억원) 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버스 지원금 대부분(4498억원)이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시내버스 재정 지원에 쏠려 있어 최근 경영난이 심화해 폐업 위기를 겪고 있는 마을버스 재정 상태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난임부부·난자동결(미혼여성 포함) 시술비 지원, 산후조리비 지원, 육아휴직 장려금, 서울형 키즈카페 확대 등 저출생 대책에도 597억원이 배정됐다. 정치 편향 등으로 논란이 된 TBS의 혁신안 이행 예산(73억원)과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서울시립대 지원금(147억원)도 추경안에 포함됐다.

경기도 상반기 추경 ‘포기’

경기도는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상반기 증액 추경을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엔 ‘초유의 감액 추경’을 해야 할지 모를 처지다. 경기도 예산실 관계자는 “지방세 세입 추이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상반기 추경은 어렵다”고 했다.

지방세 수입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도세 징수액은 1분기 기준 3조628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다. 취득세가 16.6% 감소한 영향이 컸다. 경기도 고위 관계자는 “올해 지방세 세수 목표액을 16조원가량으로 잡았는데, 건물과 토지 거래가 30% 급감해 세수 감소가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경기도는 6월과 7월의 세수를 보고 감액 추경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경기도에서 마지막으로 감액 추경을 한 것은 10년 전이다.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는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2013년 추경에서 3000억원 감액을 결정했다.

이상은/김대훈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