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삼진에 주먹 쥔 롯데 나균안…"포크볼 던진다고 예고해"(종합)

NC전 6이닝 무실점 '시즌 5승'…평균자책점 2.76→2.45

4월 KBO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고 최고의 한 달을 보낸 뒤 5월 들어 잠시 주춤했던 롯데 자이언츠 오른손 투수 나균안(25)이 무실점 역투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나균안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86구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흠잡을 데 없는 결과를 냈다.

나균안의 평균자책점은 2.76에서 2.45로 내려갔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까지 나왔고, 전체 86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9개를 포크볼로 선택했다.

직구는 30구, 커브는 12구, 커터는 4구를 던졌다.

4월 한 달 동안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4로 호투했던 나균안은 이날 경기 전까지 5월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5.87로 조정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날은 정교한 제구력의 직구와 포크볼, 커브로 NC 타자의 눈을 현혹하며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3회 1사까지 7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가다가 NC 8번 타자 김주원에게 안타를 내줬던 나균안은 2사 후 손아섭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박영빈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회 롯데 타선이 2점을 내 2-0으로 앞선 가운데 맞이한 5회가 최대 위기였다.

나균안은 선두타자 윤형준에게 2루타, 서호철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무사 1, 3루에 몰렸다.

윤형준의 타구는 사직구장 좌측 상단 철조망을 직격해 자칫하면 홈런이 될 뻔한 타구였다.

곧이어 김주원 타석에서는 폭투를 저질러 무사 2, 3루가 돼 안타 하나면 동점을 허용할 처지에 놓였다.

실점 위기에서 나균안은 포크볼로 김주원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했고, 홈으로 출발한 3루 주자 윤형준을 잡아내 실점 없이 상황을 1사 1, 2루로 바꿨다.

그리고 도태훈과 손아섭에게 결정구 포크볼을 던져 연속 삼진을 솎아내고 5회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평소 마운드에서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나균안은 손아섭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드러냈다.

반면 헛스윙 삼진을 당한 손아섭은 허탈한 듯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6회까지 책임진 나균안은 7회 마운드를 내려갔고, 롯데가 그대로 2-0으로 승리해 시즌 5승(1패)째를 수확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공은 손아섭을 헛스윙 삼진으로 낚았던 포크볼이다.

경기 후 나균안은 "(손아섭에게) 경기 전에 포크볼 던진다고 미리 얘기했다"면서 "그때 딱 제가 생각한 공을 던져서 헛스윙이 나왔다.

무조건 잡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아섭이 형이라 더 잡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세리머니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영수 코치님이 '1점만 준다고 생각하고 던져'라고 했는데,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해서 던지다 보니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나균안이 5회를 실점 없이 넘기는 데 힘을 보탠 또 한 명의 선배는 포수 유강남이다.

유강남은 무사 2, 3루에서 나온 김주원의 3루 땅볼 때 윤형준을 끝까지 쫓아가 태그 아웃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무릎이 살짝 꺾이며 넘어져 다음 이닝부터 경기에서 빠졌다.

나균안은 "강남이 형 몸이 안 좋다는 게 계속 보였다.

그래서 눈치를 봤는데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몸짓하셨다.

덕분에 그 상황에서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1년 투수로 전향한 나균안은 올해 처음으로 '10승 투수'에 도전한다.

벌써 5승을 챙겨 목표의 절반을 이룬 그는 "개인 기록은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매 경기 생각한다"면서 "오로지 목표는 풀타임이다.

그러면 나머지 수치는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나균안은 이달 부진했던 이유로 타자들에게 분석 당한 것을 꼽았다.

그는 "제가 준비한 것보다 타자들이 더 많이 준비한 것 같다.

그 부분이 부족했다"며 "5월에 한 경기가 더 남았는데,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나균안이 든든하게 마운드에서 버틴 덕분에 롯데는 '봄데'라는 조롱 섞인 수모에서 벗어나 상위권 팀으로 초여름의 문턱까지 왔다.

나균안은 "일단 분위기에서 지지 않는다.

지고 있어도 뒤집을 거 같은 분위기"라며 "중간에서 투수 형들이 정말 잘 던져줘서 경기 후반에 타자들도 집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