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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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 회사를 자녀에게 승계할 때 물어야 하는 상속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부담이 과해 상속세제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1일 '현행 기업승계 상속세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0.7%)이 프랑스, 벨기에과 함께 공동 1위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한국이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였다. 다만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할증이 적용돼 실질적으로는 최고 60%의 세율이 적용된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기업 승계 때 상속세는 기업 실체의 변동 없이 단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무상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세로 기업 승계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상속세 최고세율 및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 비교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상속세 최고세율 및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 비교 사진=한국경제연구원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를 일부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가 있지만 적용 대상이 한정적인 데다 대표자 경영 기간, 업종 유지, 자산 유지 등 요건도 엄격해 유명무실하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국내에서 2016∼2021년 가업상속공제 연평균 이용 건수는 95.7건, 총 공제액 2967억원 수준이지만, 관련 제도가 활성화된 독일은 연평균 1만308건, 공제액 163억유로(약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한경연은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에 '징벌적 상속세'로 작용하지 않도록 세율을 인하하고, 추후 기업 승계에 한정해 자본이득과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자본이득과세는 상속 자산을 처분할 때 자본이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임 연구위원은 "중소·중견기업이 활성화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상속세율을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조금 높은 30%까지 인하하고 최대주주 할증과세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장기적 대안으로 기업 승계의 장애 요인인 상속세를 폐지하고 조세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