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ECB는 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3.75%로 확정했다. 유로존 기준금리는 작년 7월 이후 7회 연속 인상됐다. ECB는 작년 9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3연속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감행했다. ECB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오랫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ECB는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소비자물가를 우려하고 있다. 유로존의 4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7% 상승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3월 역대 최고(5.7%)를 찍고 4월 5.6%를 기록했다. 소폭 둔화했지만 인플레이션을 2%에 묶어놓겠다는 ECB의 목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번에 0.25%포인트 인상에 그친 점을 고려할 때 그동안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높은 금리가 야기할 신용경색 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이미 러시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허용한다면 금리 인상 사이클이 6월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선 지역은행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은행 팩웨스트뱅코프는 3일(현지시간) “매각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52.49% 하락하며 3.05달러로 반토막 났다. 앞서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도 주가 폭락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이후 파산이라는 수순을 밟으며 무너졌다.

이지훈 기자/로스앤젤레스=서기열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