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걷은 분담금 떨어지자 사업자 23곳에 1천250억원 재부과
옥시, 이의 제기한 뒤 미납…영국 본사는 1천284억원 적립해 대비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 재부과…옥시, 이의 제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급여 등에 사용하는 사업자 분담금이 떨어져 가자 환경부가 관련 기업에 분담금을 재부과했으나 옥시레킷벤키저 등이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원료물질 사업자 23곳에 분담금 1천250억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2017년 18개 사업자로부터 1천250억원을 걷었는데 피해자 치료비와 생활수당 등으로 사용하고 남은 금액이 2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 되자 분담금을 재부과한 것이다.

법에는 분담금이 75% 이상 사용되면 추가분담금을 걷을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기업별 추가분담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옥시에는 675억원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분담금을 부과받은 옥시는 환경부에 이의를 신청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은 분담금에 이의가 있으면 납부를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내 환경부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환경부는 옥시의 이의 제기를 검토한 뒤에도 재차 납부를 통지했다.

납부 기한은 이달 15일까지로 설정됐다.

옥시는 아직 추가분담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 외에도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기업이 있다고 한다.

옥시의 모회사인 영국 레킷이 지난 3월 공개한 2022년 연례보고서에도 "(한국) 환경부가 2022년 12월부터 추가분담금 부과를 검토해 2023년 2월 27일 한국지사에 (부과를) 통지했다"라고 적시됐다.

레킷은 연례보고서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회사가 직면한 주요 위험으로 꼽으면서 이와 관련해 7천700만파운드(약 1천284억원)를 적립해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레킷이 각종 소송 등에 대비해 쌓은 돈(2억2천100만파운드)의 35% 수준이다.

보고서에서 레킷은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비극적인 일"이라면서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제품 때문에 폐질환을 앓는 피해자들에게 공개적, 개인적으로 지속해서 사과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간 역학적 상관관계 검토보고서 제2판'에서 기관지확장증·급성상기도염증과 가습기살균제 주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의 역학적 상관관계를 추가로 인정한 것과 관련해 레킷은 "전문가 자문단이 검토 중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두 질환 간 인과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된다"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옥시 등이 추가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은 사업자가 분담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않아 독촉했는데도 내지 않으면 국세를 체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세 체납 시에는 국가가 자산을 압류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