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B-52H 전략폭격기(맨 위)가 출격한 가운데 한·미 공군이 지난 4월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미국 B-52H 전략폭격기(맨 위)가 출격한 가운데 한·미 공군이 지난 4월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미국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정기적으로 전개하고, 한국 내 공군 기지에 착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략핵잠수함(SSBN) 한반도 수시 배치에 이어 미국의 북핵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케네스 윌즈바흐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2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폭격기가 정기적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활동하고 아마도 한반도에 착륙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에 대해서는 “5년 전에 비해 지금은 실패 횟수가 크게 줄었다”며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윌즈바흐 사령관은 한·미 연합 훈련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 훈련에도 의욕을 보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전략폭격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SBN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 중 하나로 꼽힌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2016년 한국에 착륙한 적이 있지만, 보통 한반도 주변 상공에서 공동 훈련을 실시하더라도 착륙하지 않고 괌이나 하와이 등으로 복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북핵 위협과 관련한 한국 내 불안 여론을 달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착륙시킨다면 핵전력이 한반도에 머무르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상당한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고, 핵전력 투입은 공짜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얼마짜리 청구서가 날아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확장억제책을 담은 ‘워싱턴 선언’ 채택에 거세게 반발하며 정세 긴장의 원인을 한국과 미국에 떠넘겼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논평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며 “우리로 하여금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