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 이어지는 도로서 정차 후 하역…주민들 "하필 등교 시간에"
1.5t 화물 굴러 아동 1명 사망·2명 부상, 학부모 추정 1명도 부상
[르포] 부산 등굣길 참변은 인재…"잘못된 시간·장소서 하역작업"
1.5t짜리 원통형 화물이 비탈길을 따라 굴러 등굣길을 덮치며 어린이 1명이 숨지고 어린이 2명과 학부모로 추정되는 성인 1명이 다친 부산 영도구 청학동 사고 현장에는 28일 낮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현장에서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것으로 펜스 십여개는 이날 오후 철거된 상태였지만, 비극을 불러온 1.5t짜리 대형 화물은 인도 위에 그대로 올려져 있어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해당 화물은 원통 모형으로 포장된 그물 재료(원사)로 남자 성인의 가슴 높이에 닿을 정도로 컸다.

사고 현장은 샛노란 신호등과 보행 펜스, 도로에 큼지막하게 쓰인 '어린이보호구역' 표시들로 스쿨존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등굣길에는 사고로 숨진 10살 아동이 다닌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 등도 밀집해 있다.

[르포] 부산 등굣길 참변은 인재…"잘못된 시간·장소서 하역작업"
사고가 난 등굣길은 영도 봉래산 자락을 따라 오르막길로 만들어져 매우 가팔랐다.

수백m의 비탈길이 이어진 곳으로, 사고 현장에서 부산항대교가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로 높은 곳이다.

사고 현장에서 비탈길을 따라 100여m를 걸어 올라가자 이날 사고를 낸 그물 공장을 볼 수 있었다.

해당 공장 앞 도로에는 사고 현장에서 본 것과 똑같은 원통형 그물 재료 4개가 인도를 막은 채 적치돼 있고, 직원들이 컨테이너 차량에서 그물을 하역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고는 이날 컨테이너에서 지게 차량을 이용해 화물을 내리던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포] 부산 등굣길 참변은 인재…"잘못된 시간·장소서 하역작업"
주민들은 하나같이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간에 작업을 하는 바람에 발생한 인재"라며 사고 원인을 지목했다.

실제로 이날 하역작업을 한 컨테이너 차량과 지게 차량은 왕복 2개 차로의 도로 중 1개 차로를 완전히 막은 채 작업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작업 환경도 아닌 가파른 비탈이 이어지는 곳이기에 주민들은 늘 조마조마했다고 전한다.

어린이가 등교하는 시간대 작업한 것도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주민 A씨는 "도로 한쪽을 막고, 그것도 위험한 비탈길에서 작업을 하려면 적어도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하거나, 사람 통행이 드문 심야에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컨테이너 운반차를 돌릴 공간도 없는 곳이라 차를 돌릴 수 있는 곳까지 거꾸로 차량이 내려오는 경우도 있는데 너무 아찔했다"고 밝혔다.

주민 B씨는 "여기는 비탈길 때문에 상습적으로 사고가 나는 곳"이라면서 "지난해에는 정화조 차량이 뒤집혔고, 그 이전에도 사고가 연속적으로 났는데, 이런 지리적 특성을 작업환경에 고려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포] 부산 등굣길 참변은 인재…"잘못된 시간·장소서 하역작업"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작업자 등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했는지를 확인하고, 작업일지나 무단적치 현황 등도 사고와 관련 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주민 C씨는 "경찰만 조사할 것이 아니라 부산교육청과 구청, 관할 국회의원도 대대적으로 나와 무엇이 문제인지 샅샅이 찾아내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