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립스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가 27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세계 2차대전 후 75년 넘게 운영돼온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계속 유효할지 근본적인 의문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철 기자
존 립스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가 27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세계 2차대전 후 75년 넘게 운영돼온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계속 유효할지 근본적인 의문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철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조만간 완화될 것입니다.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임금 상승 속도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존 립스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27일 ‘202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자신을 “인플레이션 낙관론자에 가깝다”고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경제연구소(NBER) 의장을 맡고 있는 립스키 전 부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당분간 (인상을)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Fed, 금리 인상 멈출 것”

다만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장의 기대에는 선을 그었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채권 시장에서 가격을 보면 통화 완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Fed는 ‘그렇지 않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며 “경제가 크게 둔화할 경우에만 (금리 인하가) 가능한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선 무조건 Fed를 따라가기보다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 과정에서 Fed의 경제 모델링이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Fed의 경기 판단이 틀려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시점이 늦었고, 그 결과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것이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자체 상황을 반영한 모델을 통해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며 “유럽연합(EU)도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더라도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립스키 전 부총재와의 좌담에서 “한은은 Fed보다 6개월 일찍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현재 조금 더 일찍 금리 인상을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성장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다만 립스키 전 부총재는 “중기전망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신기술이 가져올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생산성을 높이면 성장률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경제 불안

중국 경제의 둔화도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중국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주요 선진국의 경제 규모를 따라잡기 위해선 2035년까지 최소 4.6%의 경제 성장률을 이어가야 하지만 이는 도전적인 과제”라고 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급감 등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다. 인프라 투자를 위해 돈을 끌어 쓴 영향이다. 고령화도 심각하다. 리 교수는 한 자녀 정책과 고령화가 겹치며 중국에서 향후 5년간 1억5000만 명의 생산가능인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리 교수는 “중국의 성장 둔화,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도 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간 경제 협력의 실마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각국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강대국의 대결 국면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주요 20개국(G20) 체제 출범과 같은 협력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진규/허세민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