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기업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에 소형모듈원전(SMR) 분야 협력을 일제히 확대하고 나섰다. 미국의 SMR 설계기술과 한국의 제조기술을 합쳐 미래 핵심 청정 에너지산업으로 떠오른 SMR의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는 테라파워, 두산은 뉴스케일과 "SMR시장 공략"
SK㈜와 SK이노베이션,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SMR회사인 테라파워와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 계약’을 맺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번 협력 계약엔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 기반 4세대 SMR의 실증과 상용 원자로 ‘나트륨(Natrium)’ 개발을 위한 협력 내용이 담겼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SMR회사로, 원자로 모듈 설계에 특화돼 있다. 벅셔해서웨이의 전력 자회사 퍼시피콥과 2033년까지 나트륨 최대 5기를 건설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345㎿(메가와트)급 실증 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측은 SMR의 제작 및 운영관리, 금융 등을 맡아 테라파워와 공동으로 SMR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테라파워에 2억1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5일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SK는 테라파워와 함께 2030년까지 SMR 상용화를 추진 중인데 양국 기업이 기술 협력을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경제안보 파트너십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SMR 시장 규모가 매년 22% 확대돼 2040년 3000억달러(약 40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25일 미국 뉴스케일파워, 한국수출입은행과 글로벌 시장 SMR사업 확대를 목표로 기술, 금융 및 제작 공급망 지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미국 오리건주에 본사를 둔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한 유일한 회사다. 두산에너빌리티(1억400만달러)를 비롯해 삼성물산(7000만달러) GS에너지(4000만달러) 등 한국 기업이 투자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가 설계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 공급하고, 수출입은행은 금융지원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구조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운영은 GS에너지가 맡는다. 체결식에 참석한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은 양국이 안보 동맹을 넘어 첨단산업과 청정 에너지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미국 홀텍인터내셔널도 이날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과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한 SMR 건설 협력계약’을 맺었다. 현대건설과 홀텍은 2029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SMR-160’ 파일럿을 설치한다. 현대건설과 홀텍은 2021년 SMR 공동 개발과 사업 동반 진출에 대한 협력계약을 맺었다.

김재후/심은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