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강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재판에서 법정 구속되자 산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호 중대재해 판결’로 관심을 모은 온유파트너스 대표의 집행유예 선고보다 무거운 형사처벌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법원 판결로 형사재판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형 부른 과거 안전사고 전력

'중대재해 2호' CEO 법정구속…경영 리스크 현실로 닥쳤다
한국제강은 온유파트너스와 마찬가지로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망사고로 중대재해법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3월 설비 보수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크레인을 조작해 방열판을 들어 올렸는데, 크레인의 고리와 방열판을 연결하는 섬유벨트가 끊어졌다. 이로 인해 땅으로 떨어진 방열판에 깔려 근로자 한 명이 숨졌다. 섬유벨트가 손상된 상태였음에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사고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한국제강이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CSO) 등의 업무 수행을 위한 평가 기준 △도급 등을 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 기준, 절차 등을 마련해놓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회사가 과거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과 산업재해로 여러 차례 적발된 사실을 주목했다. 한국제강 대표 A씨는 안전 조치 의무 위반으로 2011년과 2021년, 올해 2월 벌금형을 받았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재판받은 전력도 있다. 법정 구속을 피했던 온유파트너스 대표(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와 달리 A씨가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결정적인 이유다.

재판부는 “수년간 안전 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한국제강의 사업장에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종전에 발생한 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던 중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음에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한국제강과 마찬가지로 과거 산업재해 전력이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구속 리스크가 한층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과거 사고 후 재발 방지 대책을 얼마나 마련했고,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를 얼마나 강조했는지가 중요해졌다”며 “이 같은 사후 처리를 제대로 한 기업만이 또다시 사고가 나더라도 법정에서 적법한 경영을 했다고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합의도 구속 못 막아

한국제강이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과 합의했음에도 대표가 구속됐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제강 측은 유족으로부터 “A씨 등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의 ‘중대재해법 위반 양형기준’에는 피해자나 유족과의 합의 여부가 형량 가중·감경 요인 중 하나로 기재돼 있다. 기업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은 합의금을 감수하고서라도 합의하려는 이유다.

한 중대재해담당 변호사는 “온유파트너스에 대한 판결이 나왔을 때만 해도 유족과 합의했다면 법정구속은 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꽤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사고 예방 효과를 강조하는 정부와 달리 법정에선 예상보다 무거운 처벌이 이어지면서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로 CEO가 연거푸 처벌받게 되면서 기업들의 우려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27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한 14건 모두 대표나 그룹 총수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지난달 말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삼표산업의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그룹 총수도 계열사 사고로 실형을 선고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진성/박시온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