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發 '무더기 급락' 이틀째…주가조작 의혹 조사(종합2보)
주식시장에서 일부 종목이 명확한 배경 없이 무더기로 급락세를 보이는 현상이 25일에도 이틀째 계속됐다.

전날 특정 외국계 증권사가 일부 종목에 대해 집중적으로 매물을 쏟아내며 주가가 급락하자, 이날 개인투자자들도 투자심리가 위축돼 앞다퉈 물량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해당 종목에 주가 조작 정황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9.92% 떨어진 3천27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한가를 기록한 전날에 이어 이틀째 급락세를 이어갔다.

하림지주도 전일보다 13.13% 하락한 9천920원에 마감하면서 하한가를 기록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급락했다.

이날도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SG증권 창구를 통한 순매도 물량은 다올투자증권이 약 86만4천주, 하림지주가 약 99만3천주로 집계됐다.

이날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의 주가는 전날에 이어 모두 전 거래일 대비 가격 제한 폭(±30%)까지 떨어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거나 급락한 이들 종목은 전날 외국계 증권사 SG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돼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이다.

시장에서 특정 사모펀드에 문제가 생겨 차액결제거래(CFD) 매물이 쏟아졌다는 추측과 주가 조작설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날 투자심리가 위축된 개인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내다 팔았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종목이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과도한 차입 투자가 주가 하락의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삼천리·대성홀딩스·서울가스·세방 등의 경우 SG증권 등 특정 외국계 증권사가 아니라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 상위 창구였다.

김정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신용융자 공여·잔고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주가 하방 위험이 발생하면 급매 현상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걸 지속해 경계해야 한다"며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아닌 단순 수급으로 주가에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면 결국 수급 변동성 확대로 가격 조정이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종목 상당수가 도시가스 관련주라는 점에 주목, 그간 비합리적인 이유로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삼천리·서울가스·대성홀딩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자 그에 따른 수혜종목으로 분류되며 개인투자자들이 매입을 시작했고, 유틸리티 섹터 안에서 일부 기관투자자도 도시가스 종목을 매입해왔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 및 배당 미지급으로 일부 수급이 도시가스 관련 종목으로 이동하기도 했다"며 "이에 시가총액이 증가하면서 인덱스 자금의 쏠림현상까지 겹쳐 주가가 1년간 대폭 상승한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나 연구원은 "천연가스 소매가격은 도매가격에 연동돼 결정되기 때문에 도시가스 회사가 인식하는 영업이익 변화는 없다"며 "그동안 주가 급등을 뒷받침할만한 실적 개선의 근거는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SG증권을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진 종목과 관련해 이번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였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작전세력이 개입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