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맨 왼쪽)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주 4·3 사건 관련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태영호 최고위원(왼쪽 세 번째)은 나흘 만에 최고위에 복귀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맨 왼쪽)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주 4·3 사건 관련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태영호 최고위원(왼쪽 세 번째)은 나흘 만에 최고위에 복귀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적극적으로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지도부의 각종 설화로 떨어지고 있는 당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돈봉투 논란’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24일에도 태영호 최고위원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논란과 관련해 김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등 어려움은 여전하다.

당 수습 나섰지만

우선 김 대표는 이날 당 윤리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윤리위는 총 9명으로 구성됐다. 황정근 변호사가 윤리위원장을 맡고, 부위원장에는 원내 대변인인 전주혜 의원이 임명됐다. 나머지 7명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윤리위를 통해 최근 한 달간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여러 인사에 대한 징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등의 발언으로 지난 4일 공개 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태 최고위원은 최근 민주당을 두고 ‘쓰레기(Junk), 돈(Money), 성(Sex)’의 앞 글자를 따 ‘JMS’라고 비판한 사태를 두고 스스로 윤리위 심사를 요청한 상태다.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는 언급도 비난을 불렀다.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발언으로 5일 이후 개점휴업 상태였던 민생특별위원회 ‘민생119’도 이날 활동을 재개했다. 민생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최고위원은 양곡관리법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제안하며 역풍을 맞았다.

이날 민생특위에서는 소액생계비 대출 한도 상향과 이자율 인하 방안이 논의됐다.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과 영세 소상공인 에너지 지원 방안도 안건으로 올랐다.

‘설화’ 리스크는 여전

하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에서는 태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게 맞서는 모습을 취하며 당 운영에 불안감을 안겼다. 물의를 빚었던 발언에 대해 태 최고위원은 “소신대로 말한 것”이라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0일 최고위 불참에 대해서도 “그 누구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적 사유로 불참한 것”이라고 했다. 최고위 불참이 김 대표의 ‘대외활동 자제’ 경고에 따른 것이라는 당 안팎의 해석을 반박한 것이다.

특히 태 최고위원은 전 목사와 관련해 “지난 전당대회는 여론조사 꼴찌로 시작했으나, 저는 엄한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 않았다”며 “전 목사가 저를 간첩 같다고 비난해 주변에서 전 목사에게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연락 좀 해보라는 제안도 단칼에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21일 당 대표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를 전 목사에게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전 목사에 대한 부탁 여부를 들어 태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부각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갈등 확산을 경계하며 말을 아꼈다.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태 최고위원 발언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무슨 이야기인지 해석은 본인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박주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