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소식통 인용…러, 군수송기 띄워 RSF에 전달
외세 대리전 될 위험…"미군, 양측 군벌과 대화 노력중"
러, 수단분쟁 개입 정황…"용병단이 반군에 미사일 지원"
수단에서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이 RSF에 미사일을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CNN 방송이 소식통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단과 아프리카 외교 소식통들은 바그너가 공급한 지대공 미사일 여러 기가 수단 정부군과 싸우는 RSF의 전력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수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리비아를 찍은 위성사진으로도 뒷받침 된다.

CNN과 바그너 그룹 활동을 감시하는 단체 '올 아이스 온 바그너'(All Eyes on Wagner)의 분석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군벌 수장 칼리파 하프타르의 기지에서 바그너 그룹의 이례적인 활동이 증가했다.

바그너 그룹이 사용해온 하프타르의 핵심 공군기지 두 곳을 러시아 수송기가 오가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하프타르는 오랫동안 RSF를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하프타르 자신은 수단 군벌 어느 쪽 편도 들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위성사진과 네덜란드 항공 추적 단체 헤르욘의 분석에 따르면, 하프타르의 기지에서 바그너 그룹의 움직임은 수단 유혈 충돌이 발생하기 이틀 전인 지난 13일 시작됐다.

이날 러시아의 일류신(IL)76 수송기가 하프타르의 하딤 기지에서 러시아 기지가 있는 시리아 해안 라타키아로 날아갔다가 이튿날인 14일 하딤으로 돌아왔다.

이 수송기는 수단 유혈 충돌이 벌어진 15일 하프타르의 주프라 기지로 향했고 이례적으로 외딴 장소에서 대기했다가, 하딤과 주프라를 차례로 거쳐 라타키아로 18일 돌아갔다.

바로 이날 러시아가 수단 북서부 RSF 장악 지역에 지대공 미사일 여러 기를 낙하산 공중투하 방식으로 전달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러시아와 하프타르가 수단 유혈 충돌이 발생하기도 전 이미 RSF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러, 수단분쟁 개입 정황…"용병단이 반군에 미사일 지원"
수년 전부터 수단 군부는 러시아에 수단 금광 채굴권을 주는 대신 군사·정치적 지원을 받는 긴밀한 관계에 있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런 관계가 더욱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RSF를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하루 전 수단 대표단을 이끌고 모스크바를 방문하기도 했다.

수단 정부군과 이를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역시 다갈로와 충돌하기 전에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격전지 전투를 비롯해 러시아의 대외 군사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용병단 바그너 그룹이 아프리카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증대와 자원 개발에 앞장서 온 것으로 전해진다.

RSF의 다갈로는 지난 수년간 러시아로부터 무기와 훈련을 지원받는 등 그 핵심 수혜자였다고 CNN은 전했다.

다갈로 사령관이 RSF의 정부군 통합 문제 등에서 정부군의 부르한 장군과 이견을 빚으면서 빚어진 유혈 충돌은 지난 엿새간 300명 넘는 사망자를 냈다.

주변국에서는 이미 군사 지원을 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집트는 수단 정부군에 전투기 여러 대와 조종사들을 보냈고, 리비아의 하프타르는 지난 17일 탄약을 포함한 군사 물자를 실은 비행기 최소 1대를 RSF에 보냈다고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또한 RSF도 CNN에 보낸 성명에서 러시아와 리비아 어느 쪽으로부터도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RSF에 미사일을 지원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수단 유혈 충돌이 외부세력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위험은 더 커진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외세가 수단 사태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수단 군벌들이 이집트부터 러시아, 부유한 걸프 국가들, 주변국들까지 무기와 자원을 쏟아부을 수 있는 강력한 외국 지원 세력을 각각 등에 업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의장은 이번 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수단 정부군의 부르한 장군, RSF의 다갈로 장군과 전화 통화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러, 수단분쟁 개입 정황…"용병단이 반군에 미사일 지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