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벌 무력 충돌 닷새째 주변국 속속 군사지원 정황
쿠데타 군정 뒤엔 이집트 vs 반기 든 RSF 뒤엔 리비아
수단에 결국 외세…리비아vs이집트 편갈라 탄약·제트기 지원(종합)
수단에서 군부 간 유혈 충돌로 아비규환이 이어지는 와중에 주변국에서 속속 군사 지원을 개시하면서 오히려 불씨가 더 커질지 우려되는 형국이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단과 국경을 마주한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각각 수단 군벌 양측에 군사 지원을 강행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리비아가 지원한 쪽은 이번 수단 사태에서 반란을 일으킨 쪽인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고, 이집트는 반대로 수단 정부군(쿠데타 정권)을 지원했다.

리비아에서는 동부를 장악한 군벌 수장인 칼리파 하프타르가 지난 17일 탄약을 포함한 군사 물자를 실은 비행기 최소 1대를 RSF에 보냈다.

하프타르와 RSF는 앞서 오랜 인연을 이어온 사이로, RSF가 리비아 내전과 맞물려 하프타르에 1천명의 병력을 지원한 바 있다.

수단의 정부군을 지원해온 이집트는 이번에 전투기 여러 대와 조종사들을 보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수단 사태가 자칫 내전으로 번질지 촉각을 우려해온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특히 리비아 하프타르와 RSF 수장인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은 나란히 러시아 및 아랍에미리트(UAE) 지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교집합이 작지 않다.

하프타르와 다갈로는 실제로 러시아의 용병조직 바그너와도 손잡아온 이력이 있다.

바그너 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른팔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으로, 러시아가 바그너를 통해 다갈로 장군과 손잡고 수단의 금광 개발에 손을 뻗쳐왔다는 관측도 무성하다.

다만 현재로서는 하프타르가 수단에 개입을 결정한 배후에 러시아나 UAE가 있다는 직접적 정황은 없다고 WSJ은 전했다.

수단에 결국 외세…리비아vs이집트 편갈라 탄약·제트기 지원(종합)
수단 정부군 쪽으로는 이집트가 지원을 개시했다.

이집트가 보낸 것은 제트기 여러 대로, 15일 수단 사태가 발발하기 직전에 이뤄졌으며, 발발 직후에는 추가로 전투기 조종사들을 보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집트 제트기 중 한대는 17일 RSF 탄약 창고를 공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는 수단 정부군 1인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 편을 들고 있다.

역시 군부 출신인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021년 수단의 민주정부 수립을 무산시킨 부르한 장군의 쿠데타 뒤에서 한몫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집트 입장에서는 '젖줄' 나일강을 둘러싸고 에티오피아와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수단과 동맹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캐머런 허드슨은 "만약 이웃나라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 군벌이 정권을 장악할 위험이 있다면 이집트 입장에서는 개입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단은 길쭉한 바닷길인 홍해와 접한 데다 나일 강 접근성, 막대한 금 매장량 등으로 오랫동안 외세가 군침 흘리는 상대였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장군 또한 '동지'로 지내던 시절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는 이런 '지정학적 매력'을 내세워 강대국과 손잡고 안방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했다는 진단이다.

이번 수단 사태는 30년 장기 독재자를 쿠데타로 함께 몰아낸 군부 1인자와 2인자가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으로 돌아선 게 발단이 됐다.

특히 수도 하르툼과 위성도시 옴두르만에서 시작된 양측의 무력 충돌은 서부 다르푸르와 동부 국경지대 등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유혈 충돌 닷새째인 19일 양측은 휴전 합의까지 깬 채 무차별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수단 보건당국 자료 기준으로 사망자는 최소 270명, 부상자는 2천600여명에 달한다.

/연합뉴스